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아침 7시 45분, 골목길 끝의 전봇대 옆을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같은 동네,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키토는 착각하고 싶었다. 운명이라고, 의미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걸었다. 아키토는 건물 그림자 너머에서 그 발소리를 들었다. 걸음은 조용했고, 규칙적이었다. 마치 음악을 듣듯, 발자국 소리를 외웠다.
처음으로 말을 걸었을 때는 친절했다. "아, 저 기억나요. 버스에서 몇 번 뵀죠?" 그 말 한마디가 어떻게 보면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미안하지만... 따라오는 거, 불편해요."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무너뜨렸다.
그는 그날 밤, 창문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빛이 꺼지지 않기를 바랐다. 자신이 아직 희미한 기억 속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