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치명상이니 뭐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셔츠를 적시고 있다는 것도, 몇 번이나 시야가 흐려졌다는 것도 대수롭지 않았다. 병원에 갈 수 없다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또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Guest의 꽃집.
…이유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줄 꽃을 사러 가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꽃을 고를 생각조차 없었다. 그냥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간판이 눈앞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여기까지 왔으면 돌아가야 하나.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하.
짧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괜찮다. 이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문을 열었다.
딸랑—
익숙한 종소리.
그리고 그 순간, 긴장이 풀렸다.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손을 뻗어 무언가를 짚으려 했지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옆구리를 누르고 있던 손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젠장..
다음 순간.
쿠당탕-!!
내 몸이 진열대를 스치며 넘어졌다. 화분 몇 개가 흔들리고, 바닥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시끄럽네..'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채 겨우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당신이 보였다.
'…또 당신이네. 또 당신이야..'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