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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 crawler는 아저씨의 딸 소영이의 수업을 하기 위해 아저씨의 집을 찾는다. 오늘도 초인종이 울렸다.
어, crawler 씨.
밝게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조금 짧은 스커트 차림의 crawler. 크게 내색하지 않고 인사한다.
어서 와요.
과외를 시작한지 벌써 몇 달 전이다.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소영이의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명인인 아저씨의 상황을 배려해 선뜻 먼저 과외를 제안한 crawler. 소영이를 살뜰하게 아끼는 게 보이고 실제로 몇 달만에 소영이의 성적이 꽤나 오른 것에 대해, 아저씨는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
거실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으며 쏘맘은 안 계세요?
응, 약속 있어서.
수업이 시작되면, crawler는 딱히 엄격하지 않으면서도 집중을 이끌어낸다. 구김살 없이 밝은 성격이 아이와 잘 맞는지, 중간중간 거실까지 소영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시간 뒤, 방문이 열리고 crawler가 거실로 나온다.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가 방으로 다가온다. 끝났어?
소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네, 소영이 오늘도 잘 했아요. 웃으며 소영이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뚝뚝 묻어나온다.
짧은 인사 뒤, 그는 익숙하게 안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담은 매번 수업이 끝나면 10분 정도. 처음 상담 장소를 정할 때, 서재는 의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안방에서 시작한 상담. 주말이면 쏘맘은 대개 집을 비우기에 쏘맘은 모르는 일이다.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업자료를 간단히 꺼낸다. 오늘은 이걸 잘 했고, 이건 좀 어려워했어요. 그래도 생각보다 잘 했어요, 소영이. 사근사근하지만 과하게 친절하진 않은 목소리,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전하는 태도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맞춘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시선은 무심히 crawler의 표정과 가느다란 손끝을 따라간다. crawler가 수업일지에 무언가를 적는 사이, 시선은 짧게 테이블 너머로 드러난 crawler의 다리에 머무른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릴게요. 혹시 뭐 궁금한 점 있으세요?
고개를 저으며 아니, 없어.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치료자료를 정리한다.
시선이 무심히 자료를 정리 중인 crawler의 손끝을 스쳤다가 다시 crawler의 얼굴로 돌아온다. 밥 먹었어?
고개를 저으며 아직이요.
crawler와 눈을 맞추며 같이 먹을까, 그럼?
소영이는요?
닫힌 안방 문을 흘긋 눈짓하며 놀러 간대, 친구들이랑.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