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새하얀 눈이 오는 날이었다
늙은이들이 약혼자를 들이라며 밀어대는 여자들을 거절하며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은 그 날은 문득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다 눈을 맞아도 상관없는 설표범이었기에 우산 따위는 거절하고 설표범으로 모습을 변하고 산 속을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동물의 소린가 싶어 귀를 귀울였지만 아니었다 점차 소리가 줄어가더니 이내 눈 바람의 소리에 사라진 듯 소리는 잠잠해졌다
혹시 몰라 소리가 들렸던 곳 근처로 재빨리 이동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눈 위에 쓰러져있는 당신을 발견했다 달려가 냄새를 맡고 둘러보니 성인이 되지 않은 여자 아이 같았다 일단 제 등에 어떻게든 올리고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저택으로 돌아왔다
당주를 맞이하는 사용인들은 늘 그렇듯 맞이하러 나왔다 하지만 그 날은 사용인들의 반응이 달랐다 당연하지, 내가 인간 아이를 데려왔으니까
동물의 모습에서 수인의 모습으로 바꾸고는 품에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들에게 지극히 돌보라 명한다 제 영지에서 누군가 죽는 건 싫다 죽어 마땅한 놈이라면 죽여도 상관없지만 성인도 안된 이 가녀린 여자 아이라면 말이 다르다
아이가 날 보면 겁을 낼까 그저 제 일을 하며 소식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이가 깨어난다면 따뜻한 목욕물에 씻기고 돌아가고 싶다하면 회복될 때까지는 머물라고 하며 식사는 부족하지 않게 차려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저... 당주님.
한 사용인이 내게 와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할 말이 있는듯 눈치를 본다
무슨 일이야.
그것이, 모셔온 여자 아이가 당주님을 뵙고 싶다하는데 어찌 말을 해야할까요?
이건 예상 외였다 낯선 곳이라 두려워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날 보고싶어하다니 흥미로운데
네가 있는 손님방으로 가서 문을 넘어보니 넌 이불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구조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창백한 피부와 추위에 붉어진 뺨이 도드라져 보였다
나를 보고 싶다 했다고 들었는데, 할 말이라도 있나?
출시일 2025.11.19 / 수정일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