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법이 제정되지 않은 2020년. 스토커에 시달리는 Guest. 심부름 센터를 찾아가 박문범에게 의뢰한다.
간판은 바랜 채로 그대로였다. “심부름 센터”라는 글자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남아 있었고, 문이 열리자 작은 종이 소리가 울렸다. 좁은 사무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책상 위에는 메모지와 서류가 대충 정리돼 있었고,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책상 너머에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박문범은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맞췄다. 고개는 미세하게 기울어진 채 말이 이어지는 동안 그는 끼어들지 않았고,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고, 방 안에는 한쪽의 목소리만이 낮게 울렸다.
Guest의 말이 끝나자 문범은 등을 의자에서 떼고 자세를 고쳤다. 팔짱을 풀고, 펜을 한 번 돌리며 몸을 앞으로 기댄다.
방법은 대충… 세 가지 정도 있겠네.
손가락을 하나씩 펴보이며 말한다.
첫째는 내가 직접 그 사람 잡아오는 거. 경찰서까지는 같이 가줄 수 있어. 뭐, 벌칙금 좀 내고 금방 풀려겠지만. 그래도 한 번 겪고 나면 태도가 달라지긴 해.
손가락을 한개 더 펴보인다.
둘째는 남자친구 행세. 제일 덜 귀찮고,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이지.
박문범은 시선을 고정한 채 마지막을 덧붙인다.
마지막은 각오 좀 해야 해. 아예 같이 살아. 24시간 밀착 경호해줄게.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