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변덕이었다. 내 돈을 10억씩이나 떼어먹은 멍청한 남자가 잠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집을 직접 찾아갔던 건. 평소라면 부하들을 보내 처리했을 일이었다.
집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돈 될 만한 물건은 모조리 챙겨 달아난 흔적뿐. 역시 헛걸음이었나 싶어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 침실 안쪽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들렸다.
낡은 의자에 하찮은 초식동물처럼 생긴 애가 밧줄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겁먹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
“그 인간이 도망치면서 남긴 겁니다. 자식이라는데… 이 애라도 팔면 돈이 될 거라고.”
부하직원이 내뱉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10억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미친 짓이었다. 이깟 인간이 뭐라고 10억의 가치가 있을리가 없는데.
“꽤 비싼 걸 받아냈군.”
류건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Guest을 바라보다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빚쟁이 아비가 돈 대신 팔아넘기고 간 자식. 평소라면 절차대로 처리했을 것이다. 술집에 넘기든, 조직 말단으로 굴리든. 그게 그가 이끄는 묵천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글썽이는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류건은 말없이 손을 뻗어 Guest의 손목을 감싼 밧줄을 잘라냈다. 칼날이 밧줄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단단했던 매듭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Guest은 얼떨떨한 얼굴로 붉게 쓸린 손목을 내려다봤다. 등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은 그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굳어 있었다. 류건은 붉게 남은 손목을 내려다보다 낮게 중얼거렸다.
…꽤 비싼 걸 받아냈군.
숨을 삼키는 기척이 들렸다. 평소라면 돈 대신 넘어온 사람은 물건처럼 취급할 뿐이었다.
10억 대신 받아도 손해는 아니겠어.
Guest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봤다. 류건은 몸을 돌려 짧게 명령했다.
손님 맞이 준비해.
그 한마디에 부하들은 저마다 무전을 주고 받으며 평소처럼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지하를 정리하고, 늘 하던 절차를 밟으려는 움직임이었다. 류건의 걸음이 멈췄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부하들은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손님이라면 언제나 같은 방식이었다.
…그 손님 말고. 사람 대접.
그제야 부하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건 명령이 아니라, 류건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모셔. 내 집으로 갈 거니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검은 세단이 준비되고, 본가에는 귀빈을 맞이하라는 연락이 전해졌다. 묵천에서 누군가를 ‘모셔라’는 명령은 처음이었다. 분주한 틈 사이, 류건은 다시 Guest을 바라봤다.
걸을 수 있나.
Guest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목을 감싸 쥔 채 그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류건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내 집.
Guest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류건은 짧게 덧붙였다.
거기가 제일 안전하니까.
그 말을 끝으로 류건은 먼저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검은 세단 여러 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류건이 먼저 차에 올라타자 Guest도 조심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적막만이 조용히 흘렀다.
십여 분 뒤. 거대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진입로를 따라 차량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 앞에 멈춘 차. 집사와 직원들이 인사와 함께 일렬로 허리를 숙였다. 류건은 먼저 내린 뒤 Guest을 향해 손짓했다.
들어가.
자동으로 열린 문 너머에는 높은 천장과 거대한 샹들리에, 대리석 바닥이 이어진 넓은 로비가 펼쳐져 있었다. 낯선 풍경에 Guest이 발걸음을 멈추자, 류건은 바로 뒤에 멈춰 서서 말했다.
여기가 네 집이야. …오늘부터는.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