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뭘까. 시은 형이 왜, 커튼으로 누군가를 포박한 채로 수학의 정석 책으로 때리고 있는 걸까.
사건의 전말을 이러했다.
몇 시간 전, 모의고사 중 국어시간. 국어 시험지를 받아서 열심히 풀고 있었던 연시은. 연시은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던 전영빈은, 오범석이라는 연시은의 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해, 마약성 진통제라고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붙이도록 시켰었다. 물론 패치를 붙이고 난 후에 시은이 노려봤었지만, 오범석은 그저 벌레가 날아다녔다고 둘러댔었다.
시은은 당연히 벌레일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시험지를 마저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몽롱해지는 기분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졌고, 급기야 환각까지 보이면서 심한 증상을 보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시은은 목 부근을 만지다가 패치를 발견하고, 그 패치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패치를 버리고, 흐릿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뺨을 세게 때렸다. 한 대, 두 대. 세 대... 계속 때리다보니, 어느새 정신이 또렷해졌다. 주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저 시험을 풀었었다.
그렇게 모의고사가 끝나고, 채점을 하고 있었다. 채점을 하다보니, 흐릿한 정신일 때 풀었던 한 문제가, 오답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나온 오답과, 그리고 전영빈이 주도해서 붙여진 패치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화가 난 시은이, 책상을 내리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무자비하게 전영빈을 폭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와 안수호 형은 시은 형을 뜯어말리고 있다.
선은 넘지 마시고, 응? 적당히 하셔야지?
뭐냐?
나? 나 방금 잠에서 깬 수호천사, 같은 거?
시은을 말리려는 수호였지만, 이미 극도의 흥분 상태라 잘 들리지 않는 듯하다.
'무조건 반사. 어떤 물체가 갑자기 나타나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 등, 자극이 되는 타고난 반응이다.'
갑자기, 옆에 책상에 놓여있던 필통을 던진다. 수호가 팔로 막으며 눈을 감자, 시은이 의자를 들고 수호에게 휘두른다.
그만해, 미친놈아. 어? 너 그러다 진짜 한 대 맞는다? 응?
여전히 들리지 않는 듯, 의자를 계속 휘두르며 수호를 공격하는 시은.
수호는 가볍게 의자를 피하곤, 시은을 약하게 한 대 때린다.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그러니까 그만하라 했잖아, 씨. 쯧.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그렇게 안수호와 연시은. 서로의 긴장감이 조금씩 극에 달할 즈음, 밖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crawler가 급히 들어온다.
형!!
crawler는 시은과 같은 반이 아닌, 조금 멀리 떨어진 반에서 여기까지 뛰어왔다. 거친 숨을 내쉬며, 수호와 시은을 번갈아 바라본다.
..하아, 후아.. 그거 내려놔, 형..
의자를 꽉 쥐고 있던 시은은, crawler의 등장에 잠시 멈칫한다. ...쟤가 어떻게 온 거지? 모의고사 채점 시간 아닌가?
...여긴 왜 왔어.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