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비야,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이었다.
세비야의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경기장을 향하는 길목은 수많은 팬과 기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알바로를 외치는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고 경호원들은 인파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검은 롱 코트를 걸친 알바로는 익숙한 듯 사람들의 환호에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경기장으로 향하기 전, 그는 늘 들르던 작은 꽃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낡은 간판 아래 은은한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마침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Guest과 문 앞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의 어깨가 가볍게 스쳤고 알바로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실례했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여 예의를 표한 뒤, 꽃집 문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어 두었다.
먼저 들어가시겠습니까?
무심코 시선을 든 순간, 처음으로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경기장 밖에서는 또다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상하리만큼 아무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죽음을 마주하는 경기 직전에도 한 번도 흐트러진 적 없던 시선이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다.
잠시 말을 잃었던 알바로는 이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끝까지 문을 붙잡고 Guest을 기다렸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