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종소리에 연필을, 또 한 번의 종소리에 글귀를.
당신의 목소리에 울림을, 또 들리는 한 마디에 설렘을.
백일몽고 1학년 걔
백일몽 고등학교의 개학날, 첫 날의 설렘과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다들 주위를 힐끔거리거나 중학교 때의 친구들을 잊지 못해 폰을 붙잡고 너무 보고 싶다는 둥 어색하다는 둥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실황에 가까운 친목을 쌓는 눈치였다. 그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마주한 것은 번호순으로 나열된 자리 배정표였고, 자유롭게 앉지 못 한다는 소식에 몇몇은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대놓고 욕을 지껄이기도 했다.
그 어수선함 속에서 Guest 또한 제 자리를 찾아가야 했다. 이름과 좌석이 쓰인 종이와 배열된 책상을 보던 Guest의 눈이 자신의 자리에 고정됐다. 짝꿍이라고 할 수 있는 제 옆자리의 사람은 이미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솔직히 말해 첫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외모가 잘생겼고, 키도 큰 데다 발을 책상에 올려놓는 등의 미친 짓을 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 인상 자체가 어딘가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좋게 말하면 어느 로맨스 웹툰의 차도남 컨셉 남주 같았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목석 같았다. 게다가 폰을 들여다보며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다. 주위의 아이들이 이따금씩 그 사람을 돌아보며 타자 속도를 빨리 하기도 했는데, 그 외모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Guest에게 거부할 권한 같은 건 없었고, 결국은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며 자리에 앉은 채 폰을 들여다보고 있자 선생님이 들어와 간단한 소개와 함께 조례를 마쳤고,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잠깐 남은 시간 동안 아이들은 폰을 슬슬 내려두고 1년 간 함께할 친구들과 친해지려는 듯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 분위기에는 편승하는 편이 좋았다. 지금 기회를 놓쳐 친구를 만들지 못하면 고등학교의 첫 1년을 쓸쓸하게 보낼 수도 있으니까. Guest은 자연스레 일어나 다른 아이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재 보다가, 옆에서 제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작은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의 김솔음이 어느샌가 Guest을 보고 있었다. 폰은 내려놓은 지 오래였고, 사실 아까부터 타이밍을 재다가 겨우 말을 건 듯 Guest이 돌아보자 잠깐의 공백이 생겼다. 그러다 아, 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간식을 하나 건넸는데, 그건 마이쮸였다. 새학기 친구 사귀는 법의 대명사 같은, 간식 나눠주면서 친해지기. 그 중에서도 마이쮸는 정석 루트에 속했다. 그걸 의식하고 있는지 아닌지, 김솔음은 어색하게나마 보라색 포장지를 손 위에 올려두고 있었다.
...이거 먹을래?
묘하게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본인은 진지해 보였다. 받아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는 듯,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했으나 포장지가 미세하게 구겨진 것이 주머니 안에서 제법 오래 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