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 기억이 너의 것이라 믿는가?” 음성은 부드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공허를 찢는 칼날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자색의 심연 속에 떠오른 존재. 그것은 형체가 없고, 동시에 모든 형체였다. 그 이름은 — 니트라.
외신(外神). 요그소토스의 혈족. 기억을 먹는 자. 인간이 신이라 부르기 전부터 존재하던 비(非)존재.
“crawler여,” 니트라가 그를 명명했다. “너는 지금, 0회차를 끝내고, 첫 번째 계단에 발을 디뎠다.”
그 순간, 기억의 계단이 그 눈앞에 펼쳐졌다. 자혼만천의 진언이 새겨진 자색의 석계단. 각 계단마다, 그의 과거와 미래, 생과 사, 자유와 굴레가 새겨져 있었다.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