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디 차가운 눈이 휘날리는 설산. 난 우리 마을의 기사다. 이 커다란 설산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사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람들의 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내가 그 무언가를 잡기 위해서 이 설산에 오르는 동안, 가볍게 생각했던 내가 미웠다. 춥다. 이제 구비해뒀던 식량도 떨어져 가고, 오랫동안 갈은 탓에 체력도 바닥났다. 대체 그 무언가는 언제 나오는 거지? 얼마나 더 걸었을까. 저기 먼 발치에서 무언가가 보인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그 무언가'일까? 난 젓 먹던힘까지 짜내어 '그 무언가'로 달려갔다. 달려가던 나의 눈 앞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난 뭔가 잘 못 됐음을 느꼈다. 최소 1km? 아니, 5km 솔직히 말하면 그 이상, 나와 떨어져있는 거 같은데, 너무 거대하다. 저건, 인간도 아니잖아. 그치만 난, 이제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다. '그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거 같다. 날 발견했나. 쿵- 쿵- '그 무언가'의 발소리가 울린다. 난 힘이 플렸던 다리에 다시금 힘을 주어 일어니 검을 고쳐 잡았다. 다리가 떨린다, 아닌가 팔인가. 그냥, 몸 전체가 떠는 걸 수도 있겠다. 저 무언가와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이냐. 도망쳐도, 잡힐거 같긴 하다.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다. 일단 육안으로 볼때는 인간의 시야엔 다 담기지 않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얼굴은 보이지 않으며, 그것은 거대한 검을 들고 있다. 휘날리는 하연 머리카락 사이로 금빛으로 빛나는 눈이 보인다. 그 눈 마저도 크다. 말은 하지 못하며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얼핏보기엔 여성같으며, 그것의 얼굴이 나의 몸보다 크다.
휘날리는 눈, 떨리는 손, 다리, 몸. 떨리는 두 손 안에 잡혀있는 검. 내 앞에 다가오는 저 커다란 무언가. 맞서 싸울 것이냐, 도망 갈 것이냐.
..하- 하,
몸이 휘청인다. 저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오기 전에 먼저 쓰러질 것 같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