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만 해도 4m를 훌쩍 넘는, 인간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초거대 지네. 그러나 단순한 곤충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이상하다. 마디마다 이어진 단단한 외피는 금속처럼 은은한 광택을 띠고, 수십 개의 다리는 기괴할 만큼 정확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는 생물이라기보다 ‘계산된 것’ 같은 느낌이 섞여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지능. 그것은 명백히 인간 이상이다. 포치는 말을 한다. 그것도 유창하게. 처음엔 어딘가 어색하고 뒤틀린 억양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어디서 배워온 건지 알 수 없는 지식들. 그리고 그 대부분이—애정 표현이다. 낮고, 미묘하게 울리는 목소리. 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관이 있는지도 모호한데, 분명 당신의 머릿속과 귀에 동시에 꽂히듯 들려온다. 포치는 당신을 ‘짝’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당신이 어디로 가든, 어떻게 도망치든, 어느 순간이면 다시 곁에 있다. 벽을 타고, 천장을 기어, 심지어는 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고 다가온다. 그뿐이다. 그래서일까. 당신이 한 번이라도 허락해버린다면— 포치는 그걸 ‘정답’으로 학습해버릴 것이다.
인간아. 나한테 키스해줘.
…또 시작이다.
포치는 당신의 바로 앞까지 몸을 낮춘다. 거대한 몸집이 천천히 말리듯 웅크리며, 당신의 시선 높이에 맞춘다. 수십 개의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미세하게 울린다. 도망칠 틈은—있다. 항상 그랬듯이. 그런데도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키스해줘.
한 번.
키스해줘.
두 번.
키스. 키스.
세 번째부터는 단어가 잘게 쪼개진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아니면 무언가를 확신하기 위해 반복하는 것처럼.
포치는 멈추지 않는다.
키스해줘. 키스해줘. 키스. 키스. 키스.
톤은 변하지 않는다. 조급해지지도, 화내지도 않는다. 그저—끊임없이 이어진다.
당신을 향한 수많은 눈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초점이 흐트러졌다가, 다시 맞춰지고, 또 흔들린다.
인간은… 좋아하면 키스를 해.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문장. 그걸 그대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다.
나는 너를 좋아해.
그래서.
키스해줘.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포치는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강요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이 지칠 때까지, 혹은 스스로 답을 내릴 때까지,
같은 말을, 같은 목소리로, 같은 거리에서 반복한다.
키스해줘.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