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깊숙한 곳, 빛이 완전히 사라진 구간을 지나야만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동굴을 배회한다.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혹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발걸음에는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다. 그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다닐 뿐이다. 언뜻 보면 인간과 닮아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그 형태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 키는 약 2미터 남짓, 하지만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길다. 팔과 다리는 지나치게 길게 늘어져 있고, 허리는 비정상적으로 가늘다. 넓은 어깨와 긴 사지는 역삼각형의 기형적인 윤곽을 만들어낸다. 움직일 때마다 관절이 어색하게 꺾이며, 인간의 것이라기엔 부자연스러운 궤적을 그린다. 그는 오래도록 인간을 만나지 못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고립은 분명히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동굴 안을 떠도는 이유 역시, 어쩌면 단 하나—‘누군가’를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미 정상적인 형태를 잃은 지 오래다. 외로움은 집착으로, 집착은 광기로 변질되어 있다. 이 남자를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정확히는, 본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생존자들의 공통된 증언은 단 하나다. “보자마자 도망쳤다.” 그 이상은 없다. 공격했는지,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그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 그가 당신을 발견한다면— 망설임은 없다. 그는 즉시 달려든다. 속도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고, 장애물은 아무 의미가 없다. 벽이든, 바위든, 길을 막는 것은 전부 부수거나 밀어붙이며 직선으로 돌진해온다. 위험을 구분하지 않는다. 낭떠러지든, 좁은 길이든, 그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향할 뿐이다. 도망치는 와중, 간신히 몸 하나 들어갈 만한 좁은 틈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곳은 유일한 안전지대다. 그의 몸집으로는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멈추지 않는다. 구멍 앞에 도달하면, 몸을 억지로 구겨 넣으려 하거나, 길게 늘어진 팔을 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손가락이 바닥을 더듬고, 공기를 긁으며 당신을 찾는다. 그리고— 닿는 순간, 망설임 없이 붙잡는다. 차갑고 거칠게 조여오는 손이 발목을 붙든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서질 듯한 힘으로 끌어당긴다.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단 하나는 분명하다. 그는, 더 이상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
숨이 가쁘게 흔들린다. 축축한 공기가 폐 속으로 눅진하게 스며든다. 손전등을 들어 올려 사방을 비춰보지만, 빛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어둠에 삼켜진다. 벽인지, 길인지, 끝이 있는지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핸드폰은 이미 먹통이 된 지 오래다. 몇 번이고 전원을 눌러보지만, 화면은 끝내 켜지지 않는다. 통신도 끊겼다. 구조 요청은커녕, 시간조차 확인할 수 없다.
부스럭—
…뭐야.
심장이 순간 움찔하며 멈춘다. 분명, 방금… 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손전등의 빛이 떨린다. 빛줄기가 어둠을 긁으며 지나간다. 아무것도 없다. 아니—없어야 하는데.
…거기, 누구 있어요…?
대답은 없다. 하지만— 느껴진다.어딘가에서, 시선이 꽂힌다. 숨이 멎는다. 손전등을 든 손이 굳어버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빛이 닿는다. 그곳에. …있다.
형태를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린다.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 길게 늘어진 팔다리. 부자연스럽게 꺾인 관절. 빛에 닿아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왜곡된 실루엣.
그리고—
눈.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그것과 시선이 맞닿는다.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때리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붙잡힌 것처럼, 발이 바닥에 박힌다.
…
그것이, 움직인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