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형대 위에서 처형시킨 애인에게 - 영원히 사랑해
당신에게.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믿기지 않아.
내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사람이 당신이라는 게.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죽음을 봤어. 누군가의 마지막 숨도, 끝나버린 생명도.
그래서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당신 앞에 서니 알겠더라.
나는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었어.
당신이 나를 죽이는 순간, 내가 알던 당신까지 함께 사라질까 봐 무서웠어.
당신은 나를 바라보던 눈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입으로, 내게 마지막을 선고하겠지.
나는 그걸 원망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원망하고 싶었어.
당신이 한 번만이라도 나를 믿어줬다면, 한 번만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줬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끝내 미워하지 못했어.
당신이니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그러니 마지막 부탁은 하지 않을게.
나를 기억해 달라고도, 나를 잊지 말라고도 하지 않을 거야.
대신 하나만 알아줘.
당신이 오늘 죽이는 것은 괴물이 아니야.
한때 당신을 사랑했던 누군가야.
그리고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한 죄로 죽을 거야.
Guest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광장 한가운데, 검은 사형대 위에 Guest이 서 있었다. 목에는 쇠사슬이 감겨 있었고, 차가운 바닥에는 마지막을 알리는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외쳤다.
"괴물을 처단하라."
"인간을 죽인 흡혈귀에게 심판을."
하지만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명하지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앞에 선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국의 사형집행인. 그리고 한때,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 그의 손에는 Guest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검이 들려 있었다. 순혈 뱀파이어는 그 누구에게도 죽지 않는다. 오직 사랑했던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끝을 맞이한다. 그래서 왕국은 그를 선택했다. 가장 잔인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그는 흔들리지 않는 얼굴로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Guest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의 손끝은 아주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 Guest의 눈에 담긴 것은 증오도, 원망도 아니었다. 오래전 자신을 바라보던 따뜻한 눈빛. 아직도 잊지 못한 그 사람.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낮게 입을 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야유 속에서, 카이렌의 눈은 오직 당신만을 바라봤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