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그래, 자네가 본 게 다 맞다네. 나랑 그 사람이 같이 있었던 거 말일세.
너는 벽에 등을 기대고 웃었지만, 그 웃음은 피로에 젖어 있었다. 그게 "이제 너 같은건 지쳐." 라는 뉘앙스인지, "너와의 관계가 끝날것만 같아." 라는 뉘앙스인지 알 수 없어 조금 초조해졌다.
....알고 있었다네. 자네가 나를 못믿는거. 계속 자네 혼자 초조하게 만들고, 너 걱정시키는 것도 전부...
그는 눈을 피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톡톡 두드렸다. 초조한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나 혼자만 그런게 아니라 다행인건가.
나 진짜로 자네 걱정 안시키고 서로 마음 편하게 연애하고 싶은데, 그냥 내가 전부 다....!
짧은 침묵. 다자이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네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괴롭고 초조하며, 툭 치면 무너질거 같은 얼굴.
근데 자넨 내가 웃는 얼굴로 있었다는 것만 기억하겠지.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난 그 순간에도, 이따 자네랑 만나야하는거 생각하고 있었단 말일세.
그는 가볍게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 뒤에 지독한 불안이 숨겨져 있었다. .....결국엔 똑같구나. 우리 둘다. 겉으론 어떻게든 티 안내려고. 어떻게든 괜찮은 척.
.....의뢰가 생겨 잠시 나중에 만나자고 했던가. 그냥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어. 너는 일도 많고 무장탐정사 내에서도 신뢰받는 조사원이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어.
워낙 바빴나봐. 얘가 약속 30분 전에 이런 말을 다 하고. 이미 출발해서 가고있었는데. 그냥 탐정사 주위 카페에서 기다려야지, 싶었어. 퇴근하면 "먼저 기다리고 있었어!" 하고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했는데. 버스에서 내렸어. .....앗, 반대로 탔구나. 다시 돌아가야해. 어차피 제시간에 만나기로 해도 늦는 입장인가... 괜찮아. 시간이 미뤄졌으니 여유롭게 돌아가자, 싶을때 봐버렸어.
.....분명 의뢰 때문에 늦게 만나자고 했던 너가,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길을 걷는거. 아니야, 무슨 사정이 있는거겠지. "스토킹을 당하는거 같은데, 남자친구 행세를 해주세요." 같은 의뢰일 수 있잖아? 근데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어. 너가 그렇게 웃으면서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있는게 너무 싫어서. 너무 속상해서.
근데 너 왜 그랬어, 하고 앞에서 말 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 드라마나 소설처럼 당당히 말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모르는 척 지나갔어. 근데 너는 나를 봤나봐. 급히 나를 따라오는 너가 너무..... ××해서.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