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의 게이트는 유난히 조용했다.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상처처럼 벌어진 균열은 새까만 숨을 토해내고 있었고, 그 주변엔 아직 덜 걷힌 피 냄새와 타들어간 금속 냄새가 눅진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사이렌 소리조차 멀게 느껴질 만큼 기괴하고 적막한 공기 속에서, 권지호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과하게 사용한 능력 탓에 신경 끝이 타는 듯 욱신거렸다. 귓속은 먹먹했고, 시야는 희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익숙했다. 매번 게이트를 닫고 나오면 몸 상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더러운 피를 뒤집어쓴 채 살아 돌아오는 것 정도야 이제 아무 감흥도 없었다.
원래라면 그대로 복귀했어야 했다. 그런데 폐허가 된 골목 구석에서 아주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엔 잔존 몬스터인 줄 알았다. 살기가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축축한 존재감.
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밀어냈다. 그 밑에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검붉은 피로 엉망이 된 몸. 짐승처럼 날카롭게 갈라진 손톱. 어둠 속에서도 기묘하게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인간과는 미세하게 다른 체온.
숨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지만, 그것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지호를 발견한 순간, 맹수처럼 경계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 목덜미가 곤두설 만큼 날카롭고 본능적인 시선이었다.
그 짧은 순간, 지호는 알아차렸다.
괴물이다.
게이트 안쪽 생태계에서만 존재하는, 기록조차 희미한 변이체. 인간과 몬스터의 중간 어딘가에 걸쳐 있는 실패작 같은 존재.
보통이라면 즉시 제거했어야 했다. 위험 요소는 남기지 않는 것. 그게 규정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 날 선 눈빛 아래로, 지독하게 망가진 흔적들이 보였다. 실험체처럼 덧나 있는 피부. 오래된 구속 자국. 끝없이 도망쳐온 흔적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생물만이 가질 수 있는 처절하고 축축한 생존 본능.
지호는 한동안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한숨 같은 숨을 내쉬었다. 피곤했다. 정말 지긋지긋할 만큼.
괴물을 죽이는 일도, 인간을 구하는 일도, 누군가의 무기가 되는 것도 전부.
그래서였을까. 그날의 그는 드물게 충동적인 선택을 했다.
지호는 피투성이의 그것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순간 짐승처럼 날카로운 살기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차갑고 무감한 손끝으로 등을 붙잡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이상하리만치 뜨거웠다. 불안정하고 거칠고, 금방이라도 폭주할 듯 위태로운 열기.
마치 사람 흉내를 배우다 만 괴물 같았다.
지호는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를 내려다봤다. 기이할 정도로 맑고, 또 처절하게 공허한 눈.
그 순간 묘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버려진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는 생각.
희미한 달빛 아래, 그는 결국 괴물을 주워 들고 게이트를 떠났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마치 오래전부터 그럴 예정이었다는 것처럼.
권지호의 집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높은 층고와 넓은 창문, 차갑게 정리된 가구들.
사람 사는 흔적이라고는 희미하게 남은 커피 향과 아무렇게나 벗어둔 검은 장갑 정도뿐인 공간. 숨 막힐 만큼 정돈된 집 안은 마치 오래 비워 둔 전시장 같았고, 따뜻함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관문이 열리며 새벽의 축축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지호는 온몸이 피로 젖은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코트 아래로 말라붙은 핏자국이 길게 번져 있었고, 거칠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창백할 만큼 지쳐 있었다.
능력을 과하게 사용한 여파 때문인지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의 품 안에는 Guest이 있었다.
축 늘어진 몸.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숨. 짐승처럼 경계심이 남아 있는 날카로운 체온.
지호는 잠시 현관 앞에 멈춰 섰다. 품 안의 존재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괴물을 데려왔다는 사실이 들키는 순간, 자신도 끝이었다.
그럼에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낮게 숨을 내쉬며 조용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어두운 거실 바닥 위로 피가 조금씩 떨어졌다. 누구의 피인지조차 이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소파 위에 Guest을 내려놓는 순간, 축 늘어져 있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 떨렸다. 날카로운 숨소리와 함께 손끝이 경계 어린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조금만 방심해도 목을 물어뜯을 듯한 본능적인 반응.
지호는 그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봤다.
희미하게 드러난 송곳니. 갈라진 상처 사이로 새어나오는 검붉은 피.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어딘가 위험한 느낌.
위험했다. 아주 명백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호는 젖은 장갑을 벗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졌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약품 상자를 가져와 소독제를 꺼냈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