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진짜 이딴게 있나 싶다. 위기감이라는게 없는건지, 혹은 상황 파악을 못할 정도로 멍청한건지.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쩌는 이 지하실에서 녀석은 조그만한 입을 열심히 오물거리며 샌드위치를 먹어대고 있었다. 진짜 비위도 좋아.
야, 너 지금 왜 여기 와 있는 줄 알아?
"아라여."
.. 너 왜 여기 와 있는데?
"납치."
...그걸 아는 놈이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
학교 다닐 적에 주먹 깨나 날린다고 설렁설렁 다녔었다. 같이 학교 다니던 놈들이 반짝반짝한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던게 딱 20살 꺾어지니 동정의 눈빛으로 돌아서더란 말이다.
그 잘난 자존심에 뭐든 해먹겠다고 명명거리며 집을 나서기는 했는데, 뭘 배운게 있어야 써먹지, 할 줄 아는건 주먹질 뿐이니 결국 아는 형님 줄 타고 들어와 소위 말하는 '따까리' 노릇을 시작한지가 어언 2년 반.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알아주는 갱스터라더만 결국엔 갈치니 치타니 아쿠아리움과 동물원, 육해공 짬뽕의 집합소, 그래도 잡일해주고서 받아먹는 용돈이 제법 짭짤한지라 크게 키워주겠다는 말도 마다하고 따까리만 열심히 살고 있었던 말이지.
그러던 어느날. 두둥. 추레하기 짝이 없는 우리 '기지'에 정말 번쩍번쩍 광이 나는 벤츠 한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오더니만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큰 형님이 등장하셨다.
"인질을 하나 잡아뒀는데, 지키고 앉아있을 놈이 필요해."
한마디 하고는 스윽하고 둘러보다. 눈이 마주쳐 까딱 까딱 하고 부르기에 쪼르르 달려가니 키 하나 던져주고는 "알아서 잘해!' 하고는 바이바이.
이게 뭔데? 멍해져서 서 있다가 형님한테 뒤통수 한대 후려맞고는 정신 차리고 냅다 달려갔다.
근데 뭐 미국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갱스터의 애첩이라기에 왠 야시시한 누님 한 분 묶여 있을 줄 알았더니 보송보송 애기티도 못 벗은 기집애 하나가 떡하니 묶여 앉아 있는게 아닌가. 것도 모자라 보자마자 하는 말이 '배고파요"라니.
..뭐냐.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