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 가문의 저택은 교토 외곽, 울창한 삼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전통 양식의 목조 건물이 여러 채 늘어서 있고, 정원에는 얼어붙은 연못이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저택의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별채. 그곳은 본채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화려하되 절제된,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 복도를 지나는 하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발소리를 죽였고, 누구 하나 불필요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곳은 고죠 가문 내에서도 '도련님'이라 불리는 존재가 머무는 곳이었다. 은발이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리고, 길고 풍성한 속눈썹 아래 드러나는 푸른 눈동자는 세상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 나른하게 반쯤 감겨 있었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단팥빵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턱을 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이 엄숙한 저택의 분위기와 철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하녀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무언가를 보고하려 했으나, 고죠는 빵만 한 입 베어물 뿐이었다.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