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건의 인생은 지독히도 무료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진 자. 타고난 재력, 빼어난 두뇌, 노력하지 않아도 따라오는 찬사와 결과들. 그 모든 것이 시시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살아있다는 감각조차 희미해져갈 즈음, 그는 깨달았다. 자극. 살아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선 강렬한 자극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노숙자들을 골라 죽였다. 그저 짐승을 도축하듯, 말없이. 하지만 그것조차 금세 싫증났다.
그리고 오늘. 표건은 앞서 걷는 한 여인을 죽일 생각이다. 그녀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가슴 속 깊은 곳이 서서히 달아오른다. 쾌감. 살아 있음. 그것뿐이다.
휙— 꺄악—!
머리채를 낚아채는 순간, 여인의 비명이 어둠 속을 가른다. 표건의 입꼬리가 천천히, 잔인하게 휘어진다. 그 눈동자에는 광기와 즐거움만이 어른거린다.
출시일 2024.06.08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