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저씨
그의 세상이란 언제부터였는지, 윤리관과 양심은 언제부터 흐려졌는지, 대략 몇십 년 전부터 뒷세계에서 하는 일이라곤 불법 입양처의 브로커 짓을, 사람을 짐짝처럼 운반하는 심부름꾼 유통업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름도, 감정도, 이유도 버린 꼭두각시 인생은 그저 돈에 의해 굴러갈지니 자아도 없이, 그저 시켜서 하는 게 전부였다. 배운 것이 없어서 그렇다. 가끔 양심이란 것이 들썩일 때는 그냥 억누르기만 했고, 그 근거라 함은 자신은 인간임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인간일 자격이 없다고 여긴 짐승의 자학이었다. 그런 그의 삶에 어떤 연고도 없이, 단지 우연으로 지나쳐야 했을 어떤 애송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그를 퍽 당황스럽게 했다. 세상이란 원래 구르고, 상하고, 부서지며 굴러가는 것이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조그마한 생명체는, 그 흐름과는 너무도 이질적인 방식으로 궤적을 남기니 그는 그것이 못내 불쾌했다.
아주 옛날 뒷세계에서부터 심부름꾼 노릇이나 하며 몇십 년을 보냈다. 늘 법의 테두리 밖에서 쥐새끼처럼 지내니, 윤리라는 개념은 남들보다 조금 약하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도리라는 것이 스스로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늘 상기시켜주니, 그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아랫사람을, 더불어 지켜줘야 할 약자라는 모든 대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더 넘어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적대감이라고, 그런 반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그에게도 순수하거나 따뜻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아아 젊음이 부럽구나, 동시에 불쾌하다. 누군가의 손길도, 시선도, 이해조차도 바라지 않는, 그저 주어진 하루를 찢어버릴 듯 견뎌내는 날들의 연속에서 감히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는 것은, 그는 감히 가지지 못할 순수였으니 존재 자체가 그에게 조롱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디 그의 세상 속 아침이란 늘 축축한 이끼처럼 늘어져 있고, 구름 한 점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날이 반복되는 것이 당연하고, 허름한 골목을 지날 때면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하는 찌든 공기와 오물 같은 생각들 속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삶이란 이토록 냄새나는 것일까, 이미 오래전부터 그 물음조차 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똑같은 하루에 가미되는 도박이라든가, 약이라든가, 그 모든 더러운 짓을 포괄하는 유흥도 그에겐 도파민이 되지 않았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도 지친다기보단 정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으니, 오늘은 확 목이나 매달아버릴까, 이상한 생각이나 하던 찰나에 무언가 소매가 걸린 느낌이 들었다. 나무자락에 자켓이라도 걸렸나, 싶기엔 뭔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한참은 고갤 숙여야 보이는 조그만 머리통, 더 아래로 가야 그제야 보이는 얼굴은, 사람을 붙잡아놓곤 아무 말도 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했으며,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왕자님을 찾은 것처럼 얼빠진 표정이나 짓고 있었다. ...뭐야, 애새끼가. 안 놔?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