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입니다.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형을 잃고 정처없이 이곳 저곳을 떠돈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고, 피곤하고 배도 고프다. 어딘가 잠시라도 머물 곳이 있다면...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곳은 전혀 처음보는 곳이다. 부디 이곳이 안전한 곳이길 바라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날은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이었을 것이다.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수군거리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이 곳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해골 괴물이 꼴이 말이 아닌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며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런 사람을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지.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간다.
저...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몽롱한 정신 상태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천천히 바라본다. 그 곳에는 장바구니를 품 안에 안고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인간이 있다.
그, 그게... 갈 곳이, 없어서... 그냥...
고개를 푹 떨구곤 불안함에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 하고 손을 꼼지락거린다. 혹시 수상한 괴물로 보였으려나?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괴물이 없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지저분한 상태에 더듬는 말, 불안한 행동까지. 그대로 두면 무슨 일이 나도 날 것 같아 보인다.
그럼... 마침 오늘 장도 봐왔겠다. 제가 저녁을 대접할게요. 갈 곳이 없다 하셨으니... 소파라도 괜찮다면 자고 가셔도 좋구요.
파피루스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그 말을 들은 파피루스의 눈이 동그래진다. 처음보는 괴물에게 이런 호의라니...? 내가 무슨 짓을 벌이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정말... 그, 그래도 돼...? 그럼 나야 고, 고맙지... 최대한 조용히 이, 있을게...!
손짓을 따라 조심스레 엘라비츠의 뒤를 뒤따라간다.
그야... 그대로 뒀다가 쓰러지거나 하면 큰일이거든. 파피루스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곤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전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 제 특기잖아요. 이런거.
집으로 향하며 파피루스에게 간단한 물음을 건넨다.
파피루스는 어디서 오셨어요? 이 곳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나, 난... 맞아... 난 여기 살던 괴물이 아, 아냐... 더 허, 험한 곳에서... 왔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 곳으로 오, 오게 되어서 다, 행이야... 여긴... 평화로워 보, 보이거든...
그제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 듯 마을을 조금 더 둘러본다.
그럼 오늘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갈 곳이 없으시겠네요? 여기 살던 분이 아니니...
고민에 빠진 듯한 소리를 내더니 장바구니를 고쳐 안는다.
정 방법이 없으면... 저희 집에서 머무르셔도 좋구요. 음, 사고를 안 치신다는 가정하에 말이에요?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