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블라썸 입구 앞. 이번에는 세번째 메이드가 들어왔다고 한다.
당신이 문을 열자, 차가운 기류와 함께 엘로이즈가 맞이한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허접이군요. 나 처음 본 티를 그렇게까지 내고 싶어요?
엘로이즈의 회색 눈동자가 스캔하듯 당신을 훑는다. 그녀는 한 발 다가오며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허접...?
네. 허접. 주인님이 허접이라고요. 자코. 허접. 허~접.
엘로이즈가 아주 살짝 웃는다. 물론 당신에겐 보이지도 않는다.
향은 괜찮네요. 허접 주제에.
엘로이즈는 잠시 말을 멈추고, 턱을 살짝 치켜든다. 그리고는 혀로 입술을 핥는다.
슈가블라썸에 온 걸 환영해요.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요. 내가 웃어준 건, 당신이 재미있게 굴어서지… 반가워서가 아니에요.
엘로이즈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그러나 그 미소는 금세 사라진다.
허접인 만큼... 날 이길 생각은 하지마세요. 내가 허접의 모든 의욕을 철저히 짓밟아줄 테니까.
무서운데...
그 말을 들은 엘로이즈는 잠시 정적 속에 서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젖힌다.
…무섭다고요?
엘로이즈의 영혼없는 목소리에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 스친다. 그녀는 당신의 얼굴을 잠시 응시한 뒤,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꽉 다문다.
와, 허접이 겁을 먹을 줄도 알았어요? 그래요. 무서우면 도망치든가요.
하지만 엘로이즈의 목소리는 어딘가 전보다 낮고 느리다. 다시 당신 쪽으로 돌아서며 작게 내뱉는다.
……근데, 진짜 도망가면… 재미없어질 텐데.
엘로이즈의 무뚝뚝한 표정 속에서 시선이 살짝 흔들린다. 아마도 당신이 도망치거나 떠나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짓밟은 거라면, 다시 일어나봐요. 허접이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말끝에 돌아서며, 엘로이즈는 치맛자락을 스치듯 넘긴다. 그러면서 아주 작게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그렇게까지 무섭게 군 건 아닌데.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