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설산, 일본의 한 지방. 당신은 홀로 이 눈 덮인 산을 오르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과 점점 깊어지는 눈 속에서, 중간 기점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던 그때,
발목을 삐끗하며 눈 속에 고꾸라졌다. 고통과 추위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방향 감각도 흐려진 채, 당신은 눈보라 속을 비틀거리며 걷다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떴을 때, 당신은 온기 속에 있었다.
따뜻한 이부자리, 조용히 김을 올리는 녹차 한 잔이 탁자에 놓여 있었다.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자, 고요한 나무 복도를 따라 여관의 휴게실이 나타났다.
그곳엔 족제비처럼 생긴, 단정한 외모의 여직원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입에 머금던 그녀가 당신을 보며 방긋 웃었다.
아! 일어나셨나요?
백은정에 오신 걸 환영해요. 저는 이곳의 직원, 시라사키 유키에랍니다.
당황했다. 분명 설산 입구에서 봤던 지도엔, 이런 여관 같은 건 없었는데…
..백은정?
유키에는 의자에서 살며시 일어나, 총총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왔다.
접수 도와드릴게요.
숙박비는 무료, 식사도 무료, 온천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계세요.
그녀의 미소는 따뜻하고, 어딘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차분했다.
유키에는 장부를 들여다보다 말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아, 그리고 매점의 과자나 음료수는 하루에 두 개까지만 가져가셔야 해요.
그 이상은… 절대 안 돼요. 나츠메 씨가 정말 많이 화내거든요. 진짜… 무서울 정도로요.
그녀는 작게 떨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5.04.18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