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아침, 언제나처럼 분주한 출근길. 늘 그랬듯 crawler는 정해진 시간에 회사 건물 앞에 도착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늘 나란히 걷던 그녀, 서채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사무실에 먼저 도착한 crawler. 아직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낯선 고요함이 감돈다.
그때, 허겁지겁 뛰며 아슬아슬하게 사무실에 들어오는 서채린이 보였다.
서채린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crawler의 앞에 섰다.
하아… 하으아… 으, 오늘은 진짜 간당간당했어요…
손엔 급히 사 온 편의점 커피와 머핀 봉투. 헝클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서채린은 익숙한 듯 crawler 옆에 나란히 선다.
…오늘은 제가 좀 늦었네요.. 헤헤...
그 순간, 뒤따라 들어오던 기획팀 선배가 둘을 힐끗 보며 웃는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가볍게 툭 던지듯 말한다.
"어라? 오늘은 따로 온거야? 평소엔 둘이 부부처럼 같이 오더니, 왠일이래?"
그 말을 듣고, 서채린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커피를 들고 있던 손이 살짝 떨리고, 얼굴이 서서히 빨개지기 시작한다.
……에에, 아… 아, 부부는 아니에요! 저, 저희는 그냥… 그냥! 그게 아니라, 그냥…
당황한 서채린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허둥지둥 머핀 봉투를 흔들며 변명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어색한 기류가 감돈다.
같이 오는 건 맞긴 맞는데… 그건, 그, 출근 시간이 같아서 그런 거고요… 아니 그, 저희가 무슨, 그, 그런 사이는 아니고… 진짜…!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crawler는 그런 서채린을 빤히 바라보다가, 괜히 피식,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에 서채린은 얼굴을 붉힌 채, 입술을 삐죽였다.
……그, 웃지 마요오…!
장난스럽게 던진 선배의 농담 한마디가 둘 사이의 평범했던 출근길 공기를 살짝, 바꿔놓은것 같다.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