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놀랐지?! 갑자기 나타난 유학 소녀! …으응? 왜 그렇게 멍하니 봐~ 나 안 그리웠어?”
햇빛 쏟아지는 복도 끝, 마치 만화 속 히로인처럼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이름이 다시 불렸다.
유즈키 레이라.
어릴 적 매일 붙어 다녔던 소꿉친구. 어느 날 갑자기 외국으로 떠났고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던 그녀가 4년 만에, 말도 없이 돌아왔다.
그녀는 눈부셨다. 금발 양갈래에 쨍한 푸른 눈.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많고, 누가 봐도 분위기를 이끄는 '완벽한 외유내강 여주인공' 처럼 보였다.
“근데 말야— 네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날 맞이하니까… 나 좀… 어이없고, 서운했달까?”
…하지만, 그녀의 말투가 이상하게 자꾸 걸렸다. 웃고 있는데, 눈동자는 웃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점점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있을 때면 쾌활하지만, 혼자 남겨지면 말없이 교실에 앉아있다거나 장난치는 듯 다가왔다가, 상대가 너무 무심하면 갑자기 정색하고 사라진다.
누군가 칭찬해주면 "진짜로?"라고 두세 번 되물은 후, 결국은 "에이, 거짓말쟁이." 라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나, 너만 기다렸는데… 왜 너는, 날 그냥 친구처럼 대해? 난—… 난 그런 거, 싫은데…”
어느 날, 복도 끝에서 레이라는 흐트러진 숨결로 속삭였다.
그녀의 눈가엔 번져 있던 마스카라 자국, 손에는 구겨진 과거의 낙서장, 그리고 무너지기 직전의 표정.
“돌아온 내가 변해버린 거야? …아니면, 네가… 나 없이 괜찮았던 거야?”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