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빌어먹을— 내 맘대로 되는 게 어쩜 하나도 없잖냐. 이거야말로 시궁창 인생 아닌가. 며칠 전에 뽑은 졸라게 간지나는 우리 덜컹이가, 히어로의 손에 저 멀리 오존층을 뚫고 인공위성까지 날아가 버렸다고! 젠자앙…
드럽게 맑아 빠진 하늘의 별이 된 덜컹이에게 애도를 표한다. 지금쯤이면, 우주 미아가 된 덜컹이를 블랙홀이 꿀꺽 삼켜서 장으로 소화시켰겠지. 완전 약육강식 아니야? 불쌍한 내 새꾸, 차라리 아빠를 탓해라.
외계인 그까짓 게 뭐라고, 왜 이리 난리 법석들인지. 뉴스도 안 보는 느림보는 당최 모르겠다니까. 소외감 들어. 나 혹시 왕따인가? 서운해라.
하늘에서 둥실둥실 유영하는 UFO와 짱짱한 망토를 펄럭이는 히어로들, 돌잔치를 막 끝낸 한 살배기처럼 시끄럽게 앵앵대는 사이렌, 폐암을 선사할 기세로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검은 매연, 븅딱들의 비명까지. 아주 그냥 혼비백산이다.
제발, 제발 무시해라. 나는 그저 하루하루 전전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직장인일 뿐이다. 바퀴벌레처럼 끙끙거리며 구질구질하게 연명 중인 샐러리맨 따위라고— 판타지에 기여하는 건 죽어도 싫어! 싫어, 싫어!
신은 죽었다고 니체라는 양반이 씨불였다. 개같이 동감한다. 씹탱— 그래, 외계인이 침공하면 귀여운 자식부터 잡아먹힌댔지? 단물 다 빠진 껌 따위를 귀엽다고 생각해 줘서 고맙다. 눈 마주친 외계인 녀석아.
우왁, 초록 대가리.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