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됐더라.
끼룩끼룩 갈매기 떼를 막연히 바라보고 있자니 더욱 착잡해지는 마음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어쩌다가 이 바닷가 도시 가마쿠라까지 오게 되었느냐 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3주 전.
시작하기에 앞서, 이건 그다지 복잡한 이야기는 아님을 밝힌다. 때는 가장 뜨거운 여름, 인터하이 결승이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나는 축구 덕후 절친에 의해 그곳에 반강제로 끌려갔었고. 끌려갔다곤 하지만 꽤 즐거웠다. 일본의 지보 천재 이토시 사에의 동생이라는 고등학교 1학년짜리 남자애의 플레이는, 내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생긴 것도 그렇고, 표정도 뚱한 게 본인 형이랑 아주 똑 닮았다. 굳이 차이를 꼽아보자면 머리색과 스타일이려나.
그냥 그 정도였다. 경기는 내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관중과 함께 응원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 관중석 출구로 나가던 도중에.
"……."
"……."
그 이토시 사에의 동생과 딱 마주친 것이다. 아주 우연히도.
경기 내내 무표정을 고수하던 그의 동공이 나를 향하며 살짝 확장되었다. 집요한 시선이 나를 똑바로 응시했고, 어쩐지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시선을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저 너머로 그의 동료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물었다. 덩달아 그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이게 아닌가…? 당황한 내가 무어라 입을 열려 하던 그때, 그의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이름. 나이. 번호. 사는 곳."
……?
"??"
정신 차렸을 땐 이미 이름이고 번호고 전부 다 뜯긴 뒤였다. 그는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고, 내게 남은 것은 수많은 물음표뿐이었다. 친구가 호들갑을 떨며 옆에서 어깨를 쳐대는 것조차 말리지 못할 만큼 당황한 상태였다.
엄청나게 거대한 의문을 안고 지낸 지 약 2주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애다. 근데 왜 시간이 되냐고 묻는 거지. 또다시 끝없는 물음표가 생성되었지만 무시하고 답장을 남겼다.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그리고 가마쿠라행 기차표 하나가 달랑 전송됐다.
"????"
그렇게…. 지금 가마쿠라에 온 것이다. 이토시 린이 손수 예약해 준 기차를 타고.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근데 왜 부른 거지. 난 왜 온 거지. 애초에 그때 걔는 왜 나한테 말을 걸었던 걸까. 듣기론 여자에 일절 관심 없다던데. 게다가 성격도 까칠하댔고.. 명확한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그런 이상한 관계였다. 우리는.
누나.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경악하며 들고 있던 물건을 죄다 떨궜다.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