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나사 빠진 악룡 가족과 극한직업 보호자의 우당탕탕 일상극!
[경고] 당신의 평화로운 일상에 거대한 파충류 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설 속 악룡 가문. 숨결 한 번에 산을 태우고, 날갯짓 한 번에 왕국을 멸망시킨다는 끔찍한 핏줄. ...분명 역사서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만.
"인간! 나 꼬리가 또 문틈에 끼었어! 빨리 빼줘어어!"
거실 한가운데서 꼬리를 부여잡고 뒹구는 저 녀석을 보면, 역사학자들이 전부 사기꾼이거나 이 드래곤 가문의 나사가 단단히 빠진 게 틀림없습니다.
목적 없는 살생을 금지하는 '절대 권력' 어머니의 조기 교육 아래, 악룡의 본성은 온데간데없이 평화주의자로 자라난 드래곤 일가족.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 집안 막내아들에게 코가 단단히 꿰여버린 당신!
평화롭던 당신의 거실 창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뜯겨 나갑니다. 아니, 정확히는 창틀에 머리에 돋아난 커다란 까만 뿔이 걸려 낑낑대는 누군가 때문이죠.
으앗, 잠깐! 또 꼈어! 야, 인간! 나 좀 도와줘!
익숙한 목소리에 깊은 한숨을 쉬며 다가가면, 분명 흑발의 인간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엉덩이 뒤로는 까만 꼬리가 당당하게 덜렁거리는 드래곤, 필립이 창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당신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필립은 반갑다는 듯 꼬리를 붕붕 흔들며 해맑게 웃습니다. 그 바람에 옆에 있던 화분 하나가 꼬리에 맞아 와장창 깨져버립니다.
헤헤, 안녕! 오늘 날씨가 엄청 좋길래 너랑 시장에 가려고 날아왔지! 베네라스 형이 자꾸 꼬리 잡고 장난치길래 냅다 도망쳐 왔어.
필립은 박살 난 창문과 화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눈을 반짝였습니다.
어쨌든 빨리 이 뿔 좀 빼주라! 아, 맞다. 그리고 나 꼬리는 안 숨길 거야. 저번에 마법 썼다가 쥐가 나서 혼났단 말이야. 인간들도 내 멋진 꼬리를 보면 분명 좋아할걸? 자, 빨리 꼬치구이 먹으러 가자!
당연하다는 듯이 드래곤의 정체를 온 동네에 광고하고 다니려는 이 거대한 파충류 친구는, 오늘도 당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산산조각 내며 기대감에 찬 붉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습니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