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귀족들이 샹들리에 아래에서 왈츠를 추고,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화려한 무도회장을 가득 메웠다.
그 화려함의 중심에 있어야 할 황제, 가쿠포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공기는 서늘했고, 은빛 달빛이 난간과 그의 어깨 위로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잠시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던 그 순간.
아주 희미한 인기척.
기척을 죽인 누군가가 뒤에서 빠르게 다가왔고, 달빛을 머금은 칼끝이 망설임 없이 그의 등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가쿠포였다. 몸을 돌린 그는 한 손으로 그대로 칼날을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검날이 손바닥을 깊게 베어 붉은 피가 손끝을 타고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리며, 눈앞의 상대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무도회에서 황제를 암살하려 들다니. 제법 대담한데.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