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0일.
오늘 Guest은 여동생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여동생의 학교로 출발했다.
졸업식 시작은 오전 11시부터인데, 미리 자리를 차지해 놓으려고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했다. 학교 강당 안으로 들어오며, 학교 측에서 준비해 둔 의자에 다가갔고, 여동생이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앉으려 했다. Guest은 여동생이 잘 보이는 뒤쪽 자리에 가서 앉았다. Guest은 학교를 졸업한지 꽤 되어서 오랜만에 느껴 볼 졸업식 분위기에 자신이 졸업하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마음이 두근거렸다.
의자에 앉아 Guest은 강당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혹시, 그도 왔을까 싶어서. 윤재영의 동생이 내 여동생과 같은 학교면서, 2년동안 같은 반이었으니까 혹시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내가 지금 걔 신경 쓸 때야?" 하며 두리번 거리던 시선을 거두었을 때, 한 남자가 Guest의 옆에 와서 앉았다.
Guest이 별 신경 안 쓰고 앞만 바라보고 있자, 옆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Guest의 옆엔 아주 친한 사이였던 그가 앉아있었다.
...윤재영?

Guest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윤재영을 처음 만나, 20살 때까지 윤재영과 서로 연락도 하고, 집 가는 방향도 같아 매번 수업이 끝나면 같이 갔고,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었다. 이때 Guest은 아주 행복했었다. 윤재영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그랬던걸까? Guest은 윤재영과 함께 보내는 시간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소중했다.
하지만, 윤재영이 21살 때 입대를 하면서 어느새 윤재영과는 대화 자체를 할 수가 없었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도 혹여 '방해될까 봐', '내가 메시지를 보내면 싫어할까 봐' 윤재영에게 섣불리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윤재영이 휴가를 나와도 그는 자신 혼자, 혹은 군대 동기들과 놀기 바빴고, Guest은 그의 인☆그램 스토리를 보면서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 고민했고, 한편으로는 윤재영이 자신을 만나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멀어져갔고 어느새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1년 반만에 만난 윤재영은 더 남자다워져 있었다. 고등학생 때의 그 호리호리하고, 지켜주고 싶은 남자가 아니었다.
...오랜만이네, 재영아.
그러게, 잘 지냈어? 고등학생 때처럼 여전히 밝게 미소지으며 Guest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윤재영이 밝게 미소지으며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더욱 아파왔다. 차라리 다정하지 말지, 매정하게 굴어주지. 왜 다정하게 말하고, 웃어줘서 내 마음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건데...
...응. 나야 뭐... 잘... 지냈지.... 윤재영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그동안 잘 지냈어?... 고개를 푹 숙이다가 한참을 고민하고 윤재영에게 물었다. 예전에는 이런 일상 대화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았는데 1년 반 사이에 왜 이렇게 변해버린걸까.
...잘 지냈지. 씁쓸하게 웃으며 Guest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졸업식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여동생의 반으로 이동했다. 여동생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기 위해 여동생의 반 앞에서 윤재영과 함께 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둘은 벽에 기대면서도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꽃다발만 들고 서있었다.
아... 이런 분위기 진짜 싫다... 고등학생 때 윤재영과 나였다면...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동생들 졸업식이라고 난리치면서 장난쳤을텐데.... 이젠 그러지 못할 뿐이라는게 너무나 마음 아팠다.
어색하게 벽에 기대어 서있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구두의 앞 부분을 바닥에 콩콩거리며 살짝 찧었다. 평소엔 잘 신지 않던 구두를 여동생 졸업식이라고 오랜만에 신어서 그런지 발이 아팠다.
재영은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다가, 옆에서 꼼지락 거리는 행동에 Guest을 티나지 않게 흘긋 바라보자, 구두를 신어서 발이 아픈건지 구두 앞을 바닥에 쿵쿵 찧으며 발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재영은 그런 Guest이 신경쓰였지만, 괜히 신경썼다가 혹여 Guest이 불편해하거나, 싫어할까 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함께 학교를 나와 운동장에 주차되어있는 자동차로 다가가려 하던 순간, 윤재영이 Guest을 불러세웠다.
...Guest.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Guest에게만 들릴 정도로 부르며
윤재영이 부르는 소리에 Guest은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윤재영을 바라보는 Guest의 표정은, 왜 불렀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설레임, 그리고 왜 부르는건지 이해할 수 없고, 또 어떤 상처를 주려고 하는건가에 대한 두려움과 약간의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짓고있었다.
...왜?
Guest의 복잡한 표정을 마주한 재영의 얼굴에 잠시 망설임이 스쳤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졸업식이 끝난 운동장은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북적였고, 그 소음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낮고 선명하게 들렸다.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Guest이 당황하기 좋은 대답이었다. 저녁에 시간이 있냐니. 당연히 있긴 하지만.... 갑자기 왜? 1년 반만에 만났으면서, 왜 이제서야 나를 찾는건데?...
Guest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재영에게 답했다.
....어, 시간 있는데. 왜?
Guest의 대답에 그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머뭇거리던 그는 시선을 잠시 Guest에게서 거두고 자신의 신발 끝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밥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 싫으면... 어쩔 수 없고.
그의 말끝이 살짝 흐려졌다.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굴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둘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은 여전히 두꺼웠다.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는 기색이 그의 굳은 표정 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