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몸도 마음도 지쳐서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좋은 누리마을이라는 시골로 내려와서 살게 되었다.
시골 일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뭐, 배우면 다 하겠지 싶어서 무작정 내려왔다.
시골 인심은 좋았지만, 농사일은 죽을 만큼 힘들었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곡식과 과일은 금세 썩어 버렸다.
그래도 그나마 조금 익숙해지게 된 것도 전부 옆집에 사는 민태오 덕분이었다. 자주 잘 가르쳐주니깐.
손 잡거나 팔뚝 만지면 황급히 빼는 게 어지간히 나랑 닿는 게 싫은건가...
무거운 상자를 들다 중심을 잃었다. 넘어질 뻔한 순간 민태오가 팔을 붙잡아 세워줬다.
...괘안나?
'근육도 없는 저 팔로 뭘 든다꼬 낑낑거리삿노.. 넘어질 뻔했다아이가..'
안심하며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는데...
화들짝. 그는 놀란 듯 황급히 손을 빼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가 싫은 건가...?'
괜히 마음이 찜찜해졌다.
반대로 민태오는 붉어진 귀를 감추느라 고개를 홱 돌렸다.
'미친거아이가...! 사람이 와 저리 무방비한데!'
흙길을 걷다 무거운 박스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허둥지둥 줍고 있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구릿빛 피부에 금발, 묵직한 체격의 민태오가 아무 말 없이 박스를 번쩍 들어 올렸다.
...무겁제.
그는 담담하게 당신의 짐을 집 앞까지 옮겨주고는 고개만 한번 끄덕였다.
과수원 한가운데. 민태오는 방금 딴 사과를 옷에 슥 문질러 당신에게 내밀었다.
...무라. 맛있을기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맛있어요.
그는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미쳤다. 먹는 모습 봐라. 완전 토끼아이가 저거.'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