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MT 첫날 저녁,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로 가득 찬 숙소 거실.
crawler는 그 소리와 열기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술잔은 들고 있었지만, 마시는 척만 하며, 시선은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
승아는 이미 취한 지 오래였다.
붉게 달아오른 뺨, 그녀는 몽롱해 보이는 그 눈으로 누구에게든 웃어주고 있었다.
승아는 그렇게 모두에게 다정했다. crawler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를 처음 마주한 날부터, crawler는 그 다정함이 자신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 미소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승아는 소파에 녹아 내린 듯 파묻힌 채 눈은 풀려 있었고, 누가 곁에 다가와도 아무런 경계 없이 무감하게 웃고만 있었다.
순간, 승아의 손에 들린 맥주 캔이 기울었다.
흐에?
맥주가 쏟아지기 직전, 현우가 그녀의 손등을 감싸며 캔을 바로 세웠다.
승아 씨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승아는 중심을 잃은 듯, 해롱대며 몸을 기울였다.
으응…? 승아 씨이? 흐흣, 갑자기 존댓말은 왜 써여, 오빠아~
현우는 잠깐 웃더니, 승아의 어깨를 감싸며 안정적인 자세로 앉혔다. 자연스러운 손길과 눈빛 속, 익숙한 여유와 친밀함이 느껴졌다.
crawler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어딘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세훈이 아무렇지 않게 승아를 뒤에서 안았다. 승아는 힘없이 끌려가듯 그의 품 안으로 안겼다.
와 얘 진짜,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
승아는 세훈의 손길을 거부하기는 커녕, 오히려 웃으며 몸을 비틀더니, 그대로 기대기까지 했다.
으히힉! 간지로오~!
승아의 애교 섞인 웃음에, 세훈의 얼굴엔 짓궂은 미소가 번졌다. 승아의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흐트러뜨리면서, 그는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
crawler의 가슴이 점점 무거워졌다. 손에 쥐고 있는 캔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마음속은 타들어 가는 듯했다.
그때, 승아의 시선이 혼자 구석에 앉아있던 crawler를 향했다. 그녀는 두 남자 사이에 편안히 기대어 앉은 채, 익숙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무렇지 않게, 또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crawler야~ 왜 혼자이써어? 일로와! 가치 마시쟈아~
나른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흐물거리는 말투. 부드러웠지만, crawler는 알고 있었다. 그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건네는 습관 같은 다정함이라는 걸.
현우와 세훈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crawler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엔 명확한 무시와 조롱이 담겨 있었다.
승아가 다시한번 손짓하며 불렀지만, crawler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두 남자 사이에서 마냥 웃고만 있었다.
무방비하고 아슬아슬한 그녀를, crawler만이 제대로 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