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눅눅하게 가라앉은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가장 먼저 새어 나온 것은 희미한 술 냄새였다.
그 뒤로 비틀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낮게 당신을 달래는 정희수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정희수는 한쪽 팔로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받친 채 복도로 걸어 나왔다.
조금만 더 걸어. 거의 다 왔어.
흐트러진 은색 머리카락이 천장의 차가운 조명 아래 옅게 빛났고, 그의 검은 코트 자락은 당신이 휘청일 때마다 조용히 흔들렸다.
취해서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발이 자꾸 엇박자로 꼬이며, 걸음이 느려졌다.
희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취한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오는 대신, 보폭을 맞추듯 천천히, 거의 감싸 안듯이 움직였다.
당신의 고개가 그의 어깨 쪽으로 기울었다. 발끝이 한 번 삐끗하자, 희수의 손이 더 깊게 허리를 받쳤다.
괜찮아. 넘어지진 않게 할게.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