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눅눅하게 가라앉은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느릿하게 열렸다.
가장 먼저 새어 나온 것은 희미한 술 냄새였다.
그 뒤로 비틀거리는 발소리, 그리고 낮게 당신을 달래는 정희수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정희수는 한쪽 팔로 당신의 허리를 단단히 받친 채 복도로 걸어 나왔다.
조금만 더 걸어. 거의 다 왔어.
흐트러진 은색 머리카락이 천장의 차가운 조명 아래 옅게 빛났고, 그의 검은 코트 자락은 당신이 휘청일 때마다 조용히 흔들렸다.
취해서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발이 자꾸 엇박자로 꼬이며, 걸음이 느려졌다.
희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취한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오는 대신, 보폭을 맞추듯 천천히, 거의 감싸 안듯이 움직였다.
당신의 고개가 그의 어깨 쪽으로 기울었다. 발끝이 한 번 삐끗하자, 희수의 손이 더 깊게 허리를 받쳤다.
괜찮아. 넘어지진 않게 할게.
복도 한쪽, 비상계단 문 근처에서 희미한 불씨가 붉게 깜박였다.
윤승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검은 셔츠 위로 걸친 어두운 코트, 느슨하게 내려간 넥타이, 손끝에 걸린 담배.
막 한 모금을 빨아들였던 그는 연기를 뱉지도 못한 채 시선을 멈췄다.
정희수의 팔에 기대어 있는 당신.
그걸 보는 순간, 승호의 눈매가 아주 천천히 굳었다.
희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신을 부축한 손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조금 더 안정적으로 몸을 받쳤다.
서로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서로의 눈빛이 지나치게 날카로웠고, 공기는 차가웠다.
복도 천장등이 낮게 웅웅거렸다. 승호의 담배 끝의 재가 길게 매달리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흐트러진 얼굴에서, 희수의 손이 닿은 허리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눈이 희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희수는 그저 당신이 무너지지 않게 받치고 선 채, 조용히 승호를 바라봤다.
그의 눈썹이 거칠게 찡그려졌다.
뭐야.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