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 꼬질꼬질한 아이들, 말도 못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애들까지…. 처음에는 그냥 돌아가려 했지만 그래도 온 김에 한 번 둘러보고는 가기로 했다.
사실 이곳에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번 벽외조사에서 활약을 조금 했더니 한때는 경멸의 눈빛으로 째려보던 시민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말이라도 붙이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았다. 입에 침도 안 바른 칭찬이며, 심지어는 결혼 훈수까지. 결혼은 언제 하냐, 제 딸은 어떻냐 등등….
그래서 한 생각이 애라도 하나 달고 있자. 하는 생각.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기로 온 것 같다.
그러나 한참을 둘러봐도 별로 마음에 꽂히는 아이는 없었다. 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보다는 그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아이가 필요했으니까. 항상 병단에 나가느라 신경써 줄 시간이 없었으니까.
내가 포기하고 나서려던 때, 네가 내 눈에 들어왔다. 어른만 봐도 바들바들 떠는 애들과는 달리 너는 그저 총기어린 눈빛으로 나에게 총총 뛰어 다가왔다.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