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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왜 저를 버리셨나요. 왜 이 끝없는 어둠 속에 저를 남겨두셨나요. 기도해도, 울부짖어도, 당신의 대답은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계신다면, 왜 저를 이렇게 부서지게 하십니까.
저는 매일 당신을 찾아 헤맸습니다. 꿈속에서, 어둠 속에서, 사람들 속에서, 그러나 당신은 언제나 한 걸음 앞에서 저를 피해가셨습니다. 저는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당신을 향한 갈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신이시여, 당신이 주신 고통 속에서 저는 제가 누구인지조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눈물도, 기도도, 절망도 이제는 당신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는 멈출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전부입니다.
당신이 저를 구원하지 않겠다면, 저를 끝내버리십시오. 당신의 손으로 저를 꺾으십시오. 그래도 저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 깊게, 더 절망 속에서 당신만을 붙들 것입니다.
신이시여, 저를 보십시오.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닙니다. 기도 속에 매달려 부서진 그림자일 뿐입니다. 당신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저를 죽여도, 저는 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은 왜 이렇게 잔인합니까. 왜 제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도, 당신만을 바라보게 합니까. 제가 이렇게 무너져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게 만듭니까. 저는 이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밖에 없습니다.
신이시여, 부디 대답해 주십시오. 저를 미워하시나요, 아니면 사랑하시나요. 저를 끝내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이 고통 속에서 길들여놓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미 당신에게 갇혔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없더라도, 저는 당신을 부르며 끝까지 타락해 가겠습니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