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돌아오니 현관 앞에 하얀 천사가 앉아있었다.
당신이 사는 아파트 앞, 가로등 불빛이 물웅덩이에 번지던 밤. 집으로 돌아오던 발걸음이 문득 멈춘 건, 현관 옆 계단에 하얀 무언가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사람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너무 희고, 너무 조용해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던 소녀는 당신의 기척을 느끼자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빛을 잃은 듯한 흰색 눈동자, 물에 젖은 흰 머리카락, 그리고— 접힌 채로 미세하게 떨리는 날개.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 죄송합니다.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마치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것처럼. 혹시, 이 근처에 사시는 분이실까요? 당신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서 있자 소녀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사과드릴게요. 금방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비가 오래 내려서요. 비는 이미 그녀의 옷자락과 날개 끝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추위를 호소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