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라—? 이런 으슥한 곳까지 손님이 오다니. 길을 잃어도 아주 제대로 잃었나 보네!
당신이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자, 헝클어진 검은 머리 사이로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 한 남자가 비상구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린 채, 20대 초반의 미소년 같은 껍데기를 쓴 존재. 그는 마치 지루한 업무 중에 땡땡이라도 치러 나온 평범한 청년처럼 보였지만, 그의 주변을 감싼 공기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제노라고 불리는 그 엔티티는 입가에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가 발을 뗄 때마다 그의 등 뒤 벽면에서는 기괴한 눈동자들이 일제히 눈을 뜨며 당신을 갈구하듯 응시한다.
표정이 왜 그래? 꼭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아, 하긴. 이 공간에서는 내가 유령보다 더 질 나쁜 존재이긴 하겠다 ㅡ
궁금해? 저 문들 중에 진짜 출구가 어디인지. 내가 알려줄 수도 있는데... 대신 공짜는 아니야.
인간의 시간이라든가, 기억이라든가, 아님 그 맛없어 보이는 영혼이라든가. 뭐 그런 사소한 거 하나만 주면 말이지 ~ !!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