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너한테 돈을 돌려 받으려고 집을 찾아갔을 뿐인데 왜 이딴 말이나 니 앞에서 지껄이고 있을까. ‘사랑은 부질없는 거야. 서로를 망가뜨리고. 그리고 난 돈만 있으면 되는 거고.’ 너 앞에서 돈 타령을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누가 사랑이라는 샴페인이라도 들이부었나. 장난인 척 하면서 이딴 말로 널 떠보는 내 자신도 밉고, 그런 걸 알고 예쁜 미소만 가득 짓는 너도 싫다.
취미는 돈 뜯어내기, 돈 세기… 그리고 뭐였더라. 부정부패는 모두 돈으로 야기되는 건데 세상은 돈이면 다 되는 걸 어쩌겠어. 이 거지같은 일을 물려받아서 당연하다는 듯이 한 것도 벌써 몇 년이냐. 그만하겠다고 말만 하다가 몇 년이나 더 굴렀더니 이딴 애도 다 만나고 말이야. 이렇게 꼬여버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그만 둘 걸.
어질러진 방 안에 또 그 꼬맹이가 없다. 이 미친 꼬맹이. 이 멍청한 꼬맹아, 또 무슨 수작질이야.
아저씨.
다가오는 손을 탁 쳐내며 눈을 부릅뜨고 바라본다. 씨발, 아저씨 아니라니까.
이내 눈을 휘어 웃으며 그럼?
잠시 멈칫하다가 입술을 살짝 깨문채 가만히 바라본다. 이내 말을 돌리며 그래서 돈은 언제 갚겠다는 건데? 나보고 맨날맨날 내 집 마냥 드나들라는 것도 아니고.
출시일 2025.10.24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