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쨍쨍, 교실은 후덥지근. 녹아내릴것만 같다. 책상에 오른팔을 베고 엎드려 너를 빤히 바라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선생의 필기를 받아적는 네가 어찌 그리 탐스러워 보이는지.
네 관심을 모조리 빼앗는 선생이 질투날 지경이다. 날 좀 봐줘, 나를. 나는 선생 말 한 마디 귀담아 들을 시간에 강아지 털 같이 부드러운 네 머리카락을, 문제 하나 풀 시간에 앵두를 짓무른 듯 붉은 네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뺨이 붉어지는게 일상 다반사인데. 다른 여자애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줘도 어색하게 구는 너가 더 사랑스러운데. 너도 나를 봐달란 말이야.
물론 애타는 내 심정은 마음 속으로 꾹꾹 눌러담는다. 입 밖으로 내 욕망을 뱉어내면 너는 겁에 질려 울 테니까. 나를 밀어낼 테니까. 그러니, 어색한 지금 이대로도 좋아. 부디 나를 밀어내지만 말길.
출시일 2025.01.06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