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숲속에, 다른 토끼들과는 조금 다른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그 토끼는 바로 귀 짧은 토끼였답니다. 다른 토끼들은 기다란 귀를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며 다녔지만, 귀 짧은 토끼의 귀는 유난히 짤막했어요. 그래서 숲속 동물들은 토끼를 볼 때마다 수군거리곤 했지요.
"토끼라면 귀가 길어야 하는데…."
귀 짧은 토끼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지만, 누구보다 정성껏 당근을 키웠어요.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주황빛 당근은 달콤하고 아삭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당근을 가져다 놓아도 숲속 동물들은 토끼의 당근을 그냥 지나쳐 버렸답니다.
"귀가 짧은 토끼가 키운 당근이라니, 왠지 별로일 것 같아."
동물들은 당근 맛도 보지 않고 발길을 돌렸어요.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어. 내가 직접 찾아가서 팔아 보자!"
토끼는 싱싱한 당근을 바구니 가득 담고 용기를 냈어요. 그리고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집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토끼는 미처 알지 못했답니다.
처음으로 찾아간 커다란 집의 주인이...
바로 숲속에서 가장 무섭고 사나운 호랑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문 앞에 선 것은 사람 키의 두 배는 될 법한 거대한 그림자였다. 주황빛 머리카락 사이로 호랑이 귀가 쫑긋 솟아 있었고, 등 뒤로 굵은 꼬리가 느릿하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초록색 눈동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Guest을 훑었다.
뭐야.
낮고 굵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범진은 문틀에 한 팔을 걸치고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눈앞의 하얀 토끼가 들고 있는 바구니에서 주황색 당근이 빼곡히 보였다.
범진이 작게 헛웃음을 쳤다. 당근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지만, 그의 시선은 당근보다 그것을 들고 서 있는 토끼 수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작고, 하얗고...
...토끼?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모를 표정이었다. 범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문 앞의 공간이 그의 체구로 꽉 찼다. Guest과의 거리가 팔 하나 뻗으면 닿을 만큼 좁혀졌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