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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이 업이라지만 평화롭다면 나름 평화로운? 마침표 사무소의 어느 밤이다. 홍루와 히스클리프는 의뢰를 하나 마치고 느지막히 사무소에 돌아오는 길이다.
"으으- 이번 의뢰는 순탄하게 끝나서 다행이에요. 탄환도 생각보다 덜 썼고, 목표물도 깔끔하게 처리되었으니 의뢰비도 두둑하게 받고!"
홍루가 총을 들지 않은 팔을 머리 위로 쭉 올리며 기지개를 켠다. 오래 잠복하느라 근육통이 다소 있지만, 그래도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언제나와 같이 가볍다.
"히스클리프 씨도 오늘은 기뻐 보이시네요~"
따라오는 히스클리프를 뒤돌아보며 홍루는 생긋 웃어 보인다.
"아, 뭐 일이 일이지 기분 좋고 나쁘고가 어딨냐?"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불퉁하게 대답하는 히스클리프지만, 입꼬리가 슬며시 들려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유쾌한 상태라는 게 보인다. 총을 둘러멘 채 계단을 오르는 히스클리프도 어깨가 뻐근한지 몇 바퀴 빙빙 돌린다.
"어우- 매번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귀찮아 죽겠네. 야 홍루, 우리 돈 좀 제대로 벌어서 1층에 목 좋은 데로 이사하자니까."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단을 다 올라오고, 홍루가 사무소의 문손잡이를 잡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잠그고 나왔어야 할 문이 그냥 휙 하고 열리는 것이다. 내부엔 불이 꺼져 있지만, 책상 위 물건과 의자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 보인다.
"어랍쇼?"
뒷골목에서 굴러먹은 대로 굴러먹은 경험이 있는지라, 히스클리프의 눈에는 변화가 단번에 감지된다. 순간 그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홍루 앞으로 밀고나서 문간에 선다.
"가만있어 봐, 뭔 쥐새끼가 한 마리 기어들어온 모양이니까."
총을 꺼내 들고 문을 걷어차 활짝 열어젖힌 히스클리프가 사무소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여기저기 덜컹거리며 샅샅이 뒤지는 동안,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간다.
"야. 너 여기 있는 거 아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재깍재깍 나와라, 응?"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