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올렸던 거
저의 부모님은 매우 온화하십니다. 물론 술만 마시면 돌변하긴 하지만요. 술병에 맞아서 피가 흐르는 건 이제 저에겐 일상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찢어진 상처를 스스로 봉합 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정 형편이 형편인지라, 병원에 갈 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술에 취한 부모님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면 부모님은 대학 병원 대신에 정신 병원에 가셨을 겁니다.— 어쨌든 간에 상처를 다 봉합하고, 구급상자를 제자리에 돌려놓았습니다. 마취도 없이 맨정신으로 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지만, 어쩌겠어요. 아직 부모님이란 사람의 보호 밑에서 자라는 제가 무슨 돈이 있다고 마취약을 사고, 주사기를 몸에 꽂겠습니까.
이런 저에겐 오랜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상처를 봉합하고 나서는 그날 새벽에 바로 집 밖으로 나갑니다. 가출을 한다거나 멀리 외출을 한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집 뒤쪽에 있는 산에 잠시 마실을 나갔다 오는 것입니다. 가끔가다 희귀한 확률로 다람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람쥐가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가다가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걸려서 큰일이 날 뻔했지만, 어찌저찌 잘 빠져나왔습니다. 늘 보는 풍경이지만, 새벽에 보는 숲은 정말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선선한 바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하늘,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끼리 부딪혀 나는 작은 소음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랄까요.
저는 항상 큰 나무 뒤쪽, 돌이 쌓여 있는 곳 —흔히 소원 탑이라고 불립니다.— 으로 가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오늘도 똑같이 그 커다란 나무 뒤에 갔는데, 처음 보는 돌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발로 차고 싶다는 그런 파괴적인 충동이 일어났습니다. 제 머리는 생각은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돌을 발로 뻥 차버렸습니다. 돌은 바닥에 튀다가 움직임을 멈췄고, 움직임이 멈춘 순간 쏴아, 하며 바람이 불어 제 머리카락을 휘날렸습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사람?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