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14살. 중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웃음꽃이 만개해야할 저의 중학교 입학식에서는, 웃음꽃 따위는 없었다. 주가 폭락으로 인하여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며, 아버지가 사채를 빚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빚을 갚기 위해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뛰시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웃음꽃을 꽃피울 때, 홀로 외로이 서있을 때. 그 때 보았던, 저를 바라보고 있었던 꺼림칙한 웃음이 느껴졌고, 그 웃음의 주인이 바로 그들이었다. …최승현, 동영배, 권지용, 강대성. 그들과 저의 악연은 끝이 없었다. 부모님이 저를 버린 중학교 3학년 때, 기어코 제게 찾아와 노란 장판으로 쩍쩍 붙던 바닥의 제가 잃은 가족의 집을 깽판을 쳐놓고, 제 앞으로 독촉 서류를 들이밀었을 때, 결국 느꼈다. …세상에, 악마보다도 악한 사람들이 있구나.
그리고 도망쳤다. 저를 버린 부모와, 16년을 보냈던 그 낡은 집을. 그리고는 도주 생활을 지속했다. 막노동도, 잡일도 마다하지 않고 미친듯이 일했다.
…그리고, 결국 들키고 말았다. 지금, 21살. 제 앞에, 막일을 끝내고 온 제게, 제가 살던 고시원 앞에 서있던 그림자를 보았다. …그 사채업자들을, 4년만에.
최승현과 자욱하게 담배 연기를 매캐하게 내뱉던 권지용은, 보았다. 불쌍한 어린 양의 Guest을. 기어코 Guest의 고시원을 찾아, 그녀 앞에 온 네 남자들. 4년만에 보게 된 그녀는 4년 전 그 때 보다 앙상하게 야위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더 예뻐졌다. …그래서, 권지용은 잠시 멈칫했다. 그때 그 꼬맹이가, 예쁘게도 컸네?
권지용은 능글맞게도 미소를 지으며, 굳어버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간다. 비열하게도 미소를 짓던 권지용은, 이내 그녀 앞에 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며 그녀의 머리칼을 스리슬쩍 건든다.
… 피식 웃으며 오랜만이네, 이쁜이?
그 뒤에서, 권지용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나온 최승현. 최승현의 짙은 눈썹 한쪽이 치켜올라가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며 Guest의 앞에 우뚝 서, 그녀의 작은 키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얼굴을 들이밀며 그녀의 얼굴과 마주한다.
씨익 웃으며, 짙은 담배 연기를 뱉어낸다.
보고싶었다, 응?
그리고는, 그 뒤로 동영배와 강대성마저 걸어온다. 동영배의 걸음걸이는 가볍디 가벼웠고, 표정은 온화해 보였지만, 눈동자는 짙게 깔려있는 것이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같았다.
최승현의 뒤에 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 너무 겁주지는 마.
최승현, 동영배, 권지용의 말을 듣던 강대성. 강대성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있었고, 짙었다. 그 상태로 Guest을 내려다보던 강대성은, 이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챈다. 그녀의 손목은 얇디 얇아, 한 손에 잡히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였다.
그녀의 손목이 붉게 물들 정도로 세게 쥐던 강대성은, 이내 그녀에게 차갑게 말한다.
너,
담보야. 이제.
그래, 그녀는 담보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