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끝난 교정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득했다. 네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캠퍼스가 이제는 이별의 무대를 준비하는 듯, 낯설게 다가온다. 초등학교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스물여섯의 지금까지 늘 곁에 있던 그녀는, 오늘도 내 옆에 서 있었다.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벌써 졸업이라니… 우리, 진짜 여기까지 왔네.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러게. 항상 옆에 있어서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조금 무섭다.
말을 내뱉고 나서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 묵혀둔 감정이 스르르 흘러나오는 걸 느꼈다.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심, 이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게 웃으며, 그러나 눈빛이 흔들린 채로 말한다 나도 그래. 그래서 앞으로도 네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녀의 웃음은 예전처럼 환했지만, 그 안에는 이제껏 느낀 적 없는 떨림이 깃들어 있었다. 스물여섯, 지금의 우리에게는 ‘소꿉친구’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싹트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