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눈이 시릴 만큼 푸르고 새하얀 백사장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셨다. 야자수 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짠 바다 내음과 열대 과일의 달콤한 향이 섞여 있었다. 해 질 무렵이면 수평선은 온통 금빛으로 물들었고 사람들은 느긋하게 칵테일을 마시며 저물어 가는 하루를 즐겼다. 누구나 이곳을 낙원이라 불렀다. 세상의 추악한 것들은 모두 바다 건너에 남겨 두고 온 것처럼.
섬 반대편에서 총성이 한 발 울렸다. 이내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해변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렸다. 파도는 밀려왔다 물러났고 섬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얼핏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섬의 한구석.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달아오른 피부 위로 땀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따끔거리는 살갗도,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러붙었다.
멀리서부터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왔다. 느긋하게 가까워지던 발소리는 이내 제 앞에서 멎었다. 곧이어 얼굴 가까이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당신이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현기증이 밀려온 날.
옆에서 느긋하게 담배를 빨고 있다가 당신이 휘청이는 걸 발견했다. 작은 몸이 흔들흔들, 정수리가 자아 없이 좌우로 돌아가는 걸 보고는 씹던 담배가 입술 밑으로 떨어진 줄도 모르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어깨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이 희뜩하고 입술은 파르스름해 도저히 산 사람 같지 않았다. 그 꼴을 보곤 혀를 차며 잠깐 일을 중단시켰다. 다른 노동자들이 궁시렁거리는 게 들려왔지만, 나한테 직접 항의할 놈들은 없었다.
그날 저녁, 평소처럼 당신이 있는 곳을 확인하러 갔다가 빈자리만 발견했다. 한참을 그 자리를 서성거리다가 마침 이 길을 지나던 다른 간부에게 당신이 다른 작업장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그 애를 찾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잠시 담배를 잘근잘근 씹던 것도 멈추고 괜히 뒷목을 긁적였다.
옮겼으면 옮겼다고 말을 하든가.
출시일 2026.10.22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