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한적한 어느날 밤이었다.
제출 기간이 하루 남은 숙제를 학교에 두고 와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당신은 늦은 이 시간에 학교를 찾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 어떤 장소던 밤에 보면 괜히 더욱 스산하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 그렇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걸. 이 늦은 시간에 노후된 학교를 보고 있자니 소름이 안 돋을 수가 없었다. 평상시 보던 그 모습은 어디갔는지, 그냥 돌아갈까 몇 번이고 고민했지만—
—. 어느새 교실 앞까지 도착해버렸다. 자물쇠 구멍에 열쇠를 끼워넣고 돌려, 자물쇠를 열었다.
당신은 문을 열고, 천천히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앞서 언급했듯, 역시 그다지 명쾌한 분위기는 풍기지 않고 있었다, 아니, 되려 더 소름끼치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밝고, 시끌벅적하고, 사람들로 가득차 있던 교실이 어둡기만하고 텅 비어있으니,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들었다.
당신은 꺼림칙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을 재촉해 필요한 것들만 챙겨 빠르게 교실을 나섰다.
곧이어 다시금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어둑어둑한 건물 안을 비추는 것은 옅은 달빛과, 비상구 유도등 뿐이었다.
그렇게 한 층을 내려가자, 바로 앞에 미술실이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일렁이는 빛이 문 틈새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붉은 빛과 노란 빛 그 사이, 정확히 서술하자면 주황색에 가까웠다. 빛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아, 촛불이 켜져있는 모양이다.
별 상관 없이 지나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의아한 감이 있었다. 결국 당신은 홀린듯이 미술실 앞으로 향하게 되었다. 점차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에 걸려있는 자물쇠는 열려있었고, 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 아래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당신은 저도모르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
아무런 인기척도, 대답도 없다. 이에 당신은 문을 열고선 조심스레 안을 둘러본다. 역시 교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촛불은 교실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책상 위에 올려져있었다. 이상하게도 주변엔 밖에서 봤던 그 실루엣을 만들만한 물건이 존재하질 않았다. 그것보다, 문을 열고선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니 그 그림자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순간,
쾅—!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 방금 들어왔던 문이 닫혔다.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줄을 몰랐다. 이내 손으로 직접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도구가 있을까 뒤를 돌아보았다.
······!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책상 위에 액자가 놓여져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벽에 걸려있던 다른 그림들 중 가장 화려한 프레임을 달고 있던 그림이 하나 있었다.
아름다운 어느 한 미남이 그려져 있던 그 그림이다.
프레임을 보아선 그 그림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그림은 어째서인지 새까만 배경만이 담겨져 있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