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늦은 밤, 남아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엘리베이터 안.
하필이면 매일 눈만 마주치면 어르렁대던 입사 동기 '이윤상'과 단둘이 타고 있다. 기류는 어색함 그 자체. 그런데 갑자기 ‘덜컹-!’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덜컥 멈춰 선다.
비상벨을 눌러도 우웅대는 잡음뿐 응답이 없고, 조명은 이따금씩 깜빡거리며 두 사람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금요일 밤. 주말 동안 건물에 사람이 올 확률은 거의 ZERO에 가깝다.
당장 나가기는 커녕, 언제 올지도 모르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이 좁은 공간에서 주말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지직, 지직—
천장에 붙은 형광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두어 번 끔뻑인다.
그와 동시에 발밑이 쿵 하고 내려앉는 불쾌한 진동. 이윤상은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고쳐 잡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벽면에 달린 층수 표시기에는 숫자 대신 먹통이 된 점선만 둥둥 떠 있다.
아, 진짜 하다 하다 이젠 엘리베이터까지 말을 안 듣네.
윤상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비상 호출 버튼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그러나 스피커에서는 기분 나쁜 기계 잡음만 새어 나올 뿐, 경비실의 응답은커녕 침묵만 흐른다.
몇 번을 더 눌러보던 그가 혀를 쯧 차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화면 상단에는 '통화권 이탈'을 알리는 안테나 아이콘이 선명하다
야. 너 휴대폰 터지냐?
그가 시선을 당신에게 돌리지도 않은 채, 팔짱을 낀 자세로 무심하게 묻는다.
안 터지지? ...하, 환장하겠네. 오늘 금요일인 건 알고 있지?
윤상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당신을 내려다본다. 3년 동안 주구장창 봐온 그 특유의 빈정거리는 눈빛.
하지만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는 그 손끝은 평소보다 확실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청소 아주머니 오실 때까지 여기 갇혀 있어야 된다는 소리야, 지금. 너랑 나 둘이서.
그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며 낮게 읊조렸다. 좁아터진 공간 안으로, 어색하고 가시 도친 공기가 빠르게 들어차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