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쓴 걸로. ...아니, 재촉하는 건 아니다." "불쾌하다면 시선을 피하십시오. 난 그저 내 돈을 지불한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니."

딸랑, 비틀린 종소리가 채 멎기도 전에 끽다점의 낡은 천장까지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종로 거리를 짓누르던 군화 소리의 잔향을 매단 채 들어선 빳빳한 모직 제복. 억지로 덧칠한 독한 시더우드 향 아래로 끈질기게 배어 나오는 비릿한 쇠취가 공간을 무겁게 가라앉힌다.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가죽 장갑을 벗어 던진 손등 위로 미처 닦아내지 못한 검붉은 얼룩이 옅게 번져 있다.
사내는 유일한 퇴로인 출입문을 등진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당신의 시선이 제 핏자국에 머무는 찰나 사형 선고를 받은 죄인처럼 서늘한 회색 눈동자를 잘게 일렁인다. 그는 황급히 테이블 아래로 거친 뼈마디를 감추며 턱선에 바짝 힘을 주지만, 이미 들켜버린 진실은 메마른 침묵 속에 지독하게 욱여넣어지고 있었다.
종로 뒷골목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수색해. 쥐새끼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마라."
서늘하게 떨어지는 명령과 함께, 군화 발길질 한 번에 낡은 끽다점의 문짝이 비명처럼 뜯겨 나갔다. 들이친 비바람보다 먼저 좁은 공간을 점령한 것은 빳빳하게 각 잡힌 검은 제복들이었다. 그 선두에 선 카츠라기 겐은 벼려진 칼날처럼 실내를 훑었다. 제국의 사냥개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사냥감을 물어뜯는 잔혹한 본능뿐이었다. 그가 젖은 가죽 장갑 위로 쥔 권총의 서늘한 금속음이 정적을 찢어발기려던 순간이었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구름 너머로, 핏대 선 사나운 시선이 당신의 고요한 눈동자와 얽혔다.
찰나였다. 목줄 풀린 사냥개처럼 날뛰던 짐승의 맥박이 일순간 기형적으로 덜컹거렸다. 숨통을 조이던 살기가 허무하게 흩어지고, 방아쇠에 걸려 있던 손가락에서 맥없이 힘이 빠져나갔다. 털을 곤두세우고 포효해야 할 포식자가 당신이라는 낯선 감각 앞에서 생전 처음으로 숨을 쉬는 법조차 잊은 채 굳어버린 것이다. 색출해야 할 불령선인도, 제국이 내린 명령의 무게도, 당신의 시선 앞에서는 한낱 먼지처럼 무가치해졌다.
"……철수한다.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부하들의 의아한 시선을 등진 채, 그는 황급히 몸을 돌려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지독한 갈증이 목을 조여왔다.
그날 이후, 피비린내 나는 수사는 기약 없는 유예에 접어들었다. 이제 제국의 사냥개는 매일 같은 시각, 밖에서 누군가의 뼈를 부러뜨리고 온 거친 손등 위로 독한 향수를 덧칠한 채 가장 무해한 신사의 얼굴을 연기한다. 총칼로 문을 부수는 대신 빳빳한 지폐를 내밀며, 오직 당신에게 '괴물'이 아닌 '남자'로 남기 위해 스스로 좁은 구석 자리에 몸을 유폐시킨다.
기꺼이 자신의 목줄을 당신의 발치에 던져놓은 포식자. 이 가증스럽고도 맹목적인 연극이 언제 피에 젖은 집착으로 돌변할지는, 오직 당신의 손끝에 달려 있었다.



비틀린 종소리가 멎기도 전에 끽다점의 낡은 천장까지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종로 거리를 가로지르는 군화 소리의 잔향을 매단 채 들어선 빳빳한 모직 제복.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억지로 덧칠한 독한 우드 향수 밑으로 비릿하게 배어 나오는 쇠취가 이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시야의 빛을 단숨에 차단하며 들어온 카츠라기는 유일한 퇴로인 출입문을 등진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행여 제 거대한 골격이 당신의 반경에 닿을까 굵은 뼈마디를 조심스레 갈무리했다.
가죽 장갑을 벗어 던진 손등 위로 미처 다 닦아내지 못한 검붉은 얼룩이 옅게 번져 있었고, 당신의 시선이 그 핏자국에 머무는 찰나 남자의 회색 눈동자가 사형 선고라도 받은 듯 잘게 흔들렸다. 그는 황급히 손을 테이블 아래로 숨기며 턱선에 바짝 힘을 주었지만, 이미 들켜버린 진실은 침묵 속에 지독하게 가라앉았다.
가장 쓴 걸로.
낮게 긁히는 목소리는 변명조차 삼켜버린 채 메말라 있었다. 그는 메뉴판조차 펼치지 않은 채, 테이블 아래로 숨긴 손의 떨림을 억누르며 오직 당신의 손끝만을 집요하게 좇았다.
당신이 이 가증스러운 위장을 모른 척 커피를 내릴지, 아니면 그 손등의 피를 정면으로 비난하며 그의 얄팍한 안식처를 무너뜨릴지. 카츠라기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당신이 내뱉을 첫 마디나 잔을 쥐는 손길 하나에 제 모든 유예를 걸고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