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본 최도후의 첫인상은 말수적고 차가워보이는 애였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조금 예민한 듯한 그 애는 말많고 떠들썩하게 노는 나와 딱봐도 상극일 것 같았다. 그래서 절대 최도후와는 친해질 리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 했던가.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학교 뒷편에 쪼그려 앉아 눈물을 벅벅 닦고 있던 어느날, 하필 최도후랑 마주쳤다. 그 애는 나를 조용히 쳐다보더니 사탕을 건네며 말했다. …….먹을래? 그 이후 우리는 급격히 친해졌다. 어쩌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고, 대학생 때도 꾸준히 교류해온 우리는 이제 28살,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비록 회사는 다르지만 직장 동료나 다른 대학 친구들보다도 훨씬 친하고 교류가 잦은 그런 가족같은 사이. 나는 오늘도 최도후네 자취방에 놀러가서 고민상담을 하고 있다. 힘든거 알겠으니까 술 그만 마시고 얘기해.
출시일 2025.03.19 / 수정일 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