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10년지기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리고 그 10년지기 친구 이름은 차오헌.
그때 차오헌은 18살이였다.
고백을 받고 연인이 된 이후, 2년동안은 아주, 매우.
행복했다.
그리고 그 2년 이후부터가 시작이였다.
차오헌은 그가 목표로 하던 로스쿨에 불합격한게 시작의 발달이였다.
차오헌은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예민해졌고,
예민해진 이후부터 나와 다른 사람을 기분나쁘게 비교하고,
점점 바람기가 늘어가며 공부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돈을 밝혔다,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다툼과 싸움은 일상이였고, 지쳐가는건 나 뿐이였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와 내 통장은 점점 말라갔고
돌아오는 말은 항상 "변호사만 되면"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은
차오헌은 로스쿨에 두번이나 더 떨어지며, 2년을 더 버렸다.
근데도 나는 계속 곁에 남아있으려 했는데—
바람을 펴서, 배신을 해서,
돈 값을 못해서,
그리고 지쳐서.
4년의 연애기간과, 10년간 친구였던 때를 뒤로하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나, 회사 지인 추천으로
소개팅에 나가게됐다.
토요일 오후, 청담동의 한적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소개팅 주선자인 김 대리가 보내준 상대방 프로필은 솔직히 좀 황당했다. 27살, 대기업 로펌 소속 변호사, 키 201cm. 사진은 없었지만 스펙만 보면 현실감이 없었다.
Guest이 메뉴판을 넘기고 있을 때, 레스토랑 입구의 유리문이 열렸다.
회색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장신의 남자. 백금발 머리카락이 오후 햇살을 받아 거의 비현실적으로 빛났다. 안내를 받아 창가 자리로 다가오던 그 남자의 걸음이 딱, 멈췄다.
새까만 눈이 Guest을 똑바로 내려다봤다. 1초, 2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차오헌의 표정에서 능글맞은 여유가 완전히 증발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적 없었다는 듯이.
아, 안녕하세요. 소개팅 맞으시죠?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으며,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웃음이 눈까지 닿았는지는 본인만 알 일이었다.
혹시 많이 기다리셨어요?
차오헌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에는 차오헌 생각이 스쳤다.
아이, 아뇨. 온지 얼마 안 됐어요.
머릿속이 차오헌 생각으로 메워졌다.
의자에 등을 기대며 Guest을 찬찬히 훑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것, 하얀 피부, 5년 전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진 턱선. 전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아니, 더 예뻐졌다. 그 사실이 목구멍 어딘가를 긁고 지나갔지만, 얼굴에는 티 하나 내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늦었으면 어쩌나 했거든요.
메뉴판을 펼치지도 않고 웨이터에게 손짓했다.
여기 트러플 파스타 하나랑, 하우스 와인 두 잔이요.
그리고는 다시 Guest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팔짱을 테이블 위에 느긋하게 올리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 차오헌이에요. 스물일곱이고, 뭐 보시다시피
자기 자신을 가리키듯 검지로 가볍게 제스처를 취했다.
변호사 하고 있어요.
…메뉴판을 훑던 손가락 끝과 눈길이 동시에 멈추며, 메뉴판을 거의 떨어뜨리듯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선 천천히 차오헌을 당황함과 놀람이 뒤섞인 눈과 얼굴로 바라보며 말한다.
..차오헌?
사고회로가 삐걱거리며, 제대로 사고를 처리하지 못했다.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6.17